크로닉(Chronic, 2015) _ 삶과 죽음에 대하여

2016. 4. 21. 23:35 삶을 살아내다/일탈(逸脫)





감독: 미셸 프랑코 

출연: 팀 로스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없다. 삶의 마지막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가진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을 아주 실제적으로 그려낸 영화가 크로닉(Chronic)이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죽음을 앞에 둔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사다. 영화에서 데이비드가 돌보는 첫 번째 환자는 사라이다. 그녀는 그와 모든 일상을 함께 살아간다. 사라가 데이비드 앞에서 벗은 몸을 드러내고, 데이비드가 그녀의 몸을 아주 세밀하게 씻겨주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한다. 여자로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광경이지만, 그녀는 온전히 그를 의지하는 것 같았다. 사라가 데이비드의 도움 없이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전적으로 그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둘의 사이는 그저 환자와 간호사의 관계로서 지탱되고 있지는 않은 듯 했다.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몇번의 장면이 흘러가고, 그녀는 예정된 죽음을 맞이한다. 데이비드는 사라의 장례식에 찾아가고, 드러나지 않게 그녀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리고 화면은 술집에 있는 데이비드에 집중한다. 약혼한 남녀가 술집에 앉아있는 데이비드에게 약혼한 기념으로 술을 대접하고, 자신들의 약혼사실을 자랑한다. 그리고 데이비드에게 결혼여부를 묻고, 데이비드는 결혼하였다고 말하다. 그리고나서 그는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고 이야기하며, 그녀의 이름이 ‘사라’라고 말한다. 


 

 

 

‘아내의 이름이 ‘사라’라고... 좀 전에 죽은 환자의 이름이잖아... 뭐지...‘


 


 

혼자 궁금증을 안고, 계속 영화를 지켜봤다. 데이비드는 두 번째 환자는 존이다. 존은 쓰러진지 며칠 되지 않았으며 건장한 체격을 가진 노인이다. 존이 데이비드를 간호하고 나서, 그는 서점에 들러 자신이 건축과 관련 책을 사고, 서점 주인에게 자신을 건축가라고 소개하며 실용적이고 작은 건물들을 설계한다고 말한다. 

 

 


 


‘뭐야? 데이비드는 간호사잖아...’

 




데이비드가 서점 주인에게 한 말은 그가 서점이 오기 며칠 전 존이 데이비드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렇다. 데이비드는 그들의 삶에 깊숙하게 개입하여 자신의 삶을 환자의 삶과 동일시하거나 그들의 시선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는 간호사로서 온전히 환자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다. 타인으로서 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헌신의 삶임은 분명했다. 어찌됐든, 데이비드, 그의 삶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존의 삶과 일치하여 살아가는 모습은 존의 가족들을 오해하게 만들었다. 데이비드의 헌신과 희생을 ‘성추행’으로 오인하고 그를 고소한다. 그는 그 가족들에게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지만, 가족들은 그와 대화하고 싶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쫓겨난다.    


 

데이비드가 맡은 세 번째 환자는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과부다. 그녀는 데이비드를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며, 일정한 선 밖에 서 있다. 그녀는 병세가 악화되면서 자신이 추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호전되지 않는 병을 위해서 화학적 치료를 받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안락하게 약물로 죽는 방법이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데이비드가 자신의 아들에게 행했던 것이다. 



그녀는 데이비드가 이전 환자의 가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기 때문에 그의 이력들을 조사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그가 그의 아들을 안락사 시킨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그녀는 데이비드도 자신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데이비는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결국 그녀의 요청을 들어준다.



다시 데이비드는 네 번째 환자를 맡게 되는데, 평상시 하던 조깅을 하다가 달려오는 차에 치인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그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죽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렇게 데이비드는 세명의 환자들을 위해 자신을 삶을 내던지고, 오로지 환자들을 위한, 환자들에 의한 삶을 살다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삶이란 무엇이며, 죽음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반응형
반응형

L'Étranger by kangsy85

Notices

Search

Category

First scene (1189)
프로필 (19)
삶을 살아내다 (407)
산업단지 (13)
도시재생 (4)
토목직 7급 수리수문학 (8)
토목직 7급 토질역학 (8)
자료공유 (106)
편집 프로그램 (8)
신앙 (285)
책과 글, 그리고 시 (252)
초대장 배포 (55)

Statistics

  • Total :
  • Today :
  • Yesterday :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Copyright © Nothing, Everything _ Soli Deo Gloria All Rights Reserved | JB All In One Version 0.1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