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8. 21:2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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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김경미
1.
어느 날 문을 열자
뜨거움 속에서
그토록 찾아 헤맸던 열쇠가 눈에 띈다
입이 얼어붙은 열쇠였다
2.
다음 날
또 열쇠를 잊고
불같이 화를 냈다
곧 후회했지만
이미 수치가 재앙이 된 뒤였다
3.
신선한 달걀에게도 끝내 곰팡이를 선사하는 힘
생선을 새까만 까마귀로 바꾸는 힘
항상 날짜를 읽어내는 힘
문을 열어 열쇠와 머리를 함께 집어넣고
차가운 짓을 그만할지
뜨거운 짓을 그만할지 의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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