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시집을 사다

2016. 4. 28. 22:4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시집 두권을 샀다. 봄의 나른함을 시의 고독함으로 지우고 싶었다. 봄과 여름의 촘촘한 간격을 기억하고, 그 짧고 나른했던 봄날에 햇볕을 벗삼아 읽었던 시들을 떠올리고, 시를 읽으며 사람이 보고싶어 흘렸던 한방울의 뜨거운 눈물을 그리워하고, 사람을 찾지 않았던 그 봄날을 곱씹는다. 



새벽에 시집을 펴서 몇개의 시를 읽다가 다시 덮었다. 시들은 꿈적하지 않았고, 하나의 글로 버텼다. 시는 시로 남았고, 나는 시를 읽지 못했다. 아, 봄의 새벽이여. 다시 잠들지 못하는 시간속에서 마종기 시인의 『첫날밤』을 떠올렸다. 다음날 다시 시집을 펼쳤다. 시가 아무런 의미없는 문장으로 읽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시들을 읽었다. 시구가 가슴팍에 새겨지고, 시를 몇번이나 읽고 되뇌인다. 시에 줄을 긋는다. 철자로 정없는 일직선을 긋지 않는다. 지식의 사유욕과 직선은 어울린다만, 감성의 욕구와 직선은 평행선을 달릴뿐 교점이 없다. 엄지와 검지로 힘을 주어 선을 굵게 긋는다. 시와 나의 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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