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광해를, 보다.

2012. 11. 9. 15:58 삶을 살아내다/일탈(逸脫)

 매섭게 불던 겨울바람이 사그러들었다. 따스한 햇볕과 포근함을 품은 봄바람, 같은 기분을 들뜨게 하는 것들이 일탈을 꿈꾸게 했다. 경로를 잠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먼저, 팍팍한 날 설득해야 한다. 나란 놈은, 무엇을 행동하기 위해 타당한 이유가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스스로 발걸음을 뗄수 없다.

 

 경산 메가박스 근처, 폰 주변기기 장만을 위해 삼성 서비스센터에 가야하기에 날 꼬득였다. 가느 김에, 영화보자고.

 

 

 

 

 

 

 

 

 

 

 

 

 

스스로 되물었다.

 

 

지금가야 하냐고. 

 

 

 

 

 

 

 

 

 

 

 

 

 

 

 

 중간고사 끝난 보상으로 스스로에게 선물 준 것이 없지 않느냐, 되 받아쳤고, 내 안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어렵게 광해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면서 난, 이렇게 생각했다.

 

 광대 하선이 부득이하게 왕의 자리에 앉았다. 왕의 자리가 비었고, 그 대역이 필요했었고, 하선은 은 20냥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왕의 옷을 걸치고, 왕의 자리에서 하선은 그간 살아온 인생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감춘다 애쓰지만, 살아온 행동거지는 본능과 비슷한 것일텐데 어찌 다 가릴 수 있겠는가.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허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했던가. 왕의 자리에서 그는 광대 '하선'의 가벼운 시선으로 국정을 처리하지 않는다. 서민으로 살았기에, 그보다 더한 낮은 자로서 삶을 살아냈기에, 백성들의 삶을 공감할 수 있고 함께 울 수 있었다. 그는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 되어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 내관이 놀랄만큼 왕의 자태를 겸비해간다.

 

 

 

 

 

 

 

 

 

 

#박수칠 때 떠나라.

 

 중전에 의해 하선이 가짜 '왕'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많은 신하들이 그가 가짜임을 확신하기에 이르렀을 때, 그는 떠나야 할 때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결단을 내려야 할때. 허균은 백성을 위한 왕이 될고 싶다면 왕이 되도록 돕겠다, 무겁게 내 뱉는다. 하선도 무겁게 응대한다.

 

 

 

 

 

 

 

 

 

 

 

 

 

 

 

 

 

 

 

 

 

 

 

 

 

 

 

 

 

 

 

 

 

"나는... 이 되고 싶소"

 

 

 

 

 

 

 

 

 

 

 

 

 

 

 

 

 

 

 

 

 

 

 

 

 

 

 

 하지만 백성을 위한, 백성을 위해, 백성에 의한 왕이 되고 싶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누군가의 이익에 어떤이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살벌한 정치판은 싫다고, 진중하게 거절한다. 그는 진정 자신의 위치를 알았고, 떠나야 할 때를 인지했다. 그리, 그는 광대의 삶으로 돌아간다.

 

 

 

 

 

 

 

 

 

 

#하선, 모든 것을 잃지 않았다.

 

 15일간의 국정에서, 하선은 사람을 얻었다. 자신에게 칼을 겨누었던 도부장을 살려주며 "네가 살아야, 나도 살지 않겠느냐"고 진심으로 대해 도부장을 얻었다. 가짜였기에 내버려질 수 밖에 없었던 하선의 목숨을 도부장은 자신의 목숨으로 건진다. 다른 이들에게 하선은 가짜였지만 도부장, 자신에게는 진짜'왕'을 위해 충직한 신하로서 목숨과 내던진다. 

 진짜 왕이 돌아오고, 허균은 가짜 왕 하선이 국정을 다스렸던 기록이 담긴 문서를 칼과 함께 왕에게 내밀면서, "나는 두왕을 섬겼나이다" 고백한다. 하선이 배를 타고 조선을 떠나던 날, 허균은 선착장에 뒤늦게 마중을 나왔고 신하로서 예의를 갖춰 왕을 떠나 보낸다. 카메라는 그의 촉촉한 눈가를 클로즈업한다.

 

 

 

 

 

 

 

 

 

 

 누군가를 다스리는 것, 누군가를 섬겨야 하는 것. 다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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