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9. 23:58 삶을 살아내다/일탈(逸脫)
주연: 송강호, 유아인 / 감독: 이준익
출처: parksungwoong.tistory.com
'자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모든 것은 부모 탓이다.'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부모가 자식의 모든 행동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은 과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허나, 자식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떻게, 어떤 것을 듣고, 보고, 배우며 자라는 가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는가.
영화 '사도'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여,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하는 인간이 되어 주기를, 아니, 후계자, 왕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영조. 그 기대가 부담감이 되어 삶에 짓눌려 있는 세자. 그리고 아버지의 원통스러운 삶을 그저 바라보아야 한 세손. 그들의 이야기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 항상 느끼는거지만, BGM이 없이 그 배우의 대사가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꽉 채울 때, 관객들은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 배우의 카리스마에 압도되는 것이다. 진작부터 송강호는 연기를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유아인의 연기는 스크린에서 처음 접했는데, 이 배우의 연기력이 심상치 않다.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물론, 맡은 배역의 감정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는 그 능력,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배우다.
영조는 선조들을 소개하면서 친족을 등지면서까지 나라를 세워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왕으로서 '왕이 무엇인지', '신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왕이었다. 그리고 세손과의 대화에서 느낀거지만, 영조는 충직하고 지혜로운 신하들보다 한명의 훌륭한 왕이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하기에, 왕이 될 세자에 대한 기준은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 않았을까.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세자는, 늘, 영조에게 못 마땅한 존재일 뿐이다. 영조의 지난친 기대는, 늘 노여움으로 발산된다.
"너 같은 자식을, 자식이라고 세자로 세운 내 탓이다."
세자는 영조의 지나친 기대에 적잖은 부담감에 눌렸다. 세자가 대리청정을 하면서 영조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면서, 관계가 균열되기 시작한다. 점차 세자는 마음의 병을 얻게 되면서, 결국 겉도는 인생을 살게된다. 어찌보면 세자는 정형화된 틀에 갇힐 수 없는 인물이었기에, 예식과 법도를 강조하는 왕도의 길은 애초에 그의 길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는 그렇게 살기 싫소. 그렇게 살 수도 없고."
영조가 세자를 뒤주에 가둔지 며칠이 지났을 때, 세손이 한 접시 물을 들고 아비, 세자를 찾아온다. 호위관이 세손을 막아서지만, 세손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비켜라... 비켜라..." 결국, 세손은 호위관을 제치고 뒤주에 다가가서, 아비에게 물을 전해주려 한다. 하지만 뒤주에 갇힌 아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세손은 더 큰 소리로 아비를 부른다. 그 때 영조는 밖에서 일어나는 소란스러움에 문을 열고 나와서, 소란을 피운 세손을 꾸지란다. 이 때 세손이 영조에게 절규하듯 외치는 대사는, 단순했지만, 전율이 흐를만큼 강렬했다.
"자식이 아비한테 물 한잔 드릴 수 없는 것입니까!"
세자가 죽기 직전, 영조와 세자는 이전에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비와, 그 아들로서, 둘은 직면한다.
"어찌하여 너와 나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와서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단말이냐
난 자식을 죽인 아비로 기록될 것이다.
넌, 임금을 죽이려 한 역적이 아니라 미쳐서 아비를 죽이려 한 광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야 니 아들이 산다."
"아버지의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 였소."
자식이 아니라도, 타자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어차피 양날의 검과 같은 '기쁨'과 '실망' 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함께 동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늘 잘 할수 없는 것이고, 누구나 늘 실수만 하란 법도 없지 않는가. 또한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이란 존재의 기대에 부응하기가 그리 쉽겠는가. 각자의 기준이 다르고 기대치가 다를텐데 말이다. 그래서 난, 인간에 대한 기대를 잘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사도세자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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