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5. 17:3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의 글
삶을 진지하게 살기 시작했을 때 만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다. 진지하고도 사소하며 유치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여자가 더 편했던 것 같다. 나의 예민함을 감성적인 여자들이 더 받아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난 여자들이 더 편했다. 20대 시절, 이성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시간 지나고 우리가 결혼 적령기 되었을 때, 그리고 그들이 결혼했을 때, 친구였던 우리의 사이가 급격하게 멀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남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가'란 질문과 함께 말이다. 멀어지는 우리의 관계를 바라보며 나의 관점에서 생각했다. 내 아내가 아무리 친구라고 하더라도 남자와 친하게 지내면 어떨 것인가... 나는 마음이 많이 불편할 것 같았다. 지극히 나의 관점이긴 하다만, 내가 싫어하는 건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생각 끝에 결론 내린 것은 결혼한 이성과의 관계에서는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전의 관계가 어떠하든지 결혼한 후의 관계는 나름대로 정해놓은 적정선 이후로 반드시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내린 결론은 아직도 유효하다. 나와의 약속이라면 깰 수 있다만, 관계가 얽힌 약속이라면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지키는 법이다. 그렇게 많은 이성 친구들을 떠나보냈다. 과거 관계의 무게는 축의금으로 대신했다. 참, 이해타산적이지만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은 높이 살만하다고 늘 생각한다.
결혼한 이성 친구 중에 연락하는 사람이 아직까지 있긴 하다. 허나, 내가 먼저 연락하는 법은 거의 없다. 한 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린 친구에게 나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친구를 잃어갈수록 감당해야 할 고독함이 증가한다만, 선택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기에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늘 생각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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