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5. 23:30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의 글
장염때문에 며칠간 앓아 누웠다. 의도치 않게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불쑥 다가온 36살을 생각했다. 나이의 무게에 걸맞는 삶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와 함께 떠올랐던 단어는 '어른'이었다. 나이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좋은 어른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좋은 어른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본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격렬히 다투는 어른들 틈에 끼여 그들이 과연 어른이 맞는지 의구심을 품었던 시절이 있었다. 먼 발치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당신처럼 살지는 않겠습니다' 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좋은 어른에 대해 생각했다. 먼저 떠오른 것은 좋은 어른이 가진 언어의 무게였다. 말의 힘이 있으려면 말의 근거가 되는 행동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하면, 좋은 어른이란 어른으로서 언어의 무게를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이다. 불현듯 떠오른 것은 지난 세월 낭비된 나의 언어였다. 장난이란 명목하에 내버려진 언어들이 눈에 밟혔다. 좋은 어른이 되려면 먼저 언어를 낭비하지 않아야 되겠다는 결단이 약 기운과 함께 몸 전체에 퍼져갔다. 흐릿해져가는 의식 속에 아스라이 낭비된 언어들이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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