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흐르는 눈 3 _ 한 강

2016. 11. 29. 19:2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피 흐르는 눈 3



  

                       한 강




허락된다면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초여름 천변 

흔들리는 커다란 버드나무를 올려다보면서 

그 영혼의 주파수에 맞출

내 영혼이 부서졌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에 대해서 


(정말) 허락된다면 묻고 싶어 


그렇게 부서지고도

나는 살아 있고


살갗이 부드럽고

이가 희고 

아직 머리털이 검고


차가운 타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믿지 않는 신을 생각할 때

살려줘, 란 말이 어슴푸레 빛난 이유


눈에서 흐른 끈끈한 건

어떻게 피가 아니라 물이었는지 


부서진 입술


어둠 속의 혀 


(아직) 캄캄하게 부푼 허파로 


더 묻고 싶어 


허락된다면, 

(정말)

허락되지 않는다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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