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반달 _ 박 준

2018. 6. 2. 01:1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인천 반달 



                                박  준



혼자 앓는 열이 

적막했다


나와 수간(手簡)

길게 놓던 사람이 있었다


인천에서 양말 앞코의 

재봉 일을 하고 있는데


손이 달처럼 자주 붓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나는 바람에 떠는 우리 집 철문 소리와 

당신의 재봉틀 소리가 

아주 비슷할 거라 적어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면 

인천에 한번

놀러가보고 싶다고도 적었다


후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에 

흰 양말 몇 켤레를 접어 보내오고 

연락이 끊어졌


그때부터 눈에

반달이 자주 비쳤다


반은 희고 

반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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