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_ 박 준

2018. 5. 1. 23:1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  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

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

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 

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로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가다 며칠은 먹

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

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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