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8. 19:02 책과 글, 그리고 시/작문(作文)
무익한 종의 고백
선교는 누가 해야 할까요? 하나님께서 지명하신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선교를 하는 것일까요? 아님 똑똑한 사람이 선교를 하는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어리석은 사람이 선교를 하는 것일까요? 선교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특권인 동시에 하나님을 믿는 자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누가복음 17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종이 시킨 일을 하고 있는데 주인이 그에게 사례 하겠느냐?”며 종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 하십니다. 당연히 종의 역할은 주인이 시키는 일을 하면서 주인을 섬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하나님의 종으로서 탄자니아 선교를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제 호칭을 스스로 ‘무익한 종’이라 불렀습니다. 맡은바 역할을 감당하면서 하나님과 발 맞추어 함께 걷는 법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믿음의 선조들이 하나님과 동행했듯이 말입니다.
하나님과 함께하고자 탄자니아로 떠났습니다. 머리로는 ‘동행’이란 두 글자를 떠올렸지만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과 동행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려면 항상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그분의 뜻을 물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하나님을 항상 생각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갓난아이가 걸음마가 익숙해질 때까지 자주 넘어지듯이, 하나님을 항상 생각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머릿속에서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 그 분의 뜻을 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건축사역이 시작되면서 건축현장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제게 맡겨진 잡일들을 담당하면서 마음속에 불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대들 듯 물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 이런 잡일 하러 탄자니아에 온 것 아니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대답은 않으시고 제게 물으셨습니다. “이름도 빛도 없이 나를 섬기면서 살라 하면 그리 할 수 있겠니?” 저 또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질문을 계속 던지셨고, 하나님의 따뜻한 손으로 제 지친 마음을 만지시던 날, 전 거실땅바닥에 무릎 꿇어 그리하겠다면서 그저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교현장도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예수님처럼 모든 이들을 포용하면 좋겠지만, 저 또한 본성이 악한 사람인지라 맘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지인들에게 불만을 표하면서 언성을 높였던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제가 감당치 못할 만한 일들이 밀려왔을 때, 그 일을 맞닥뜨려야 하는 고단함이 싫어서 한 발짝 물러서서 방관한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렇게 제멋대로인 저를 나무라지 아니하시고 그 넓은 마음으로 그저 지켜 봐주셨습니다. 1년의 사역 동안 하나님의 말씀에 제대로 순종하지 못했던 부분들 때문에 마음 한 켠이 많이 무겁습니다. 특히, 제가 맡겨주신 영혼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하나님 앞에 죄송스러울 뿐 입니다. 요즘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기도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기도의 자리에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 확장에 힘써 일하고 계신 탄자니아 선교사님들을 자꾸 떠오르게 하십니다. 그분들의 사역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신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제 삶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선교 1년은 하나님의 알아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탄자니아에서의 실질적인 선교는 끝났지만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지상명령을 위해 다시 힘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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