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3. 19:2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http://m.blog.naver.com/fliesbegone/90194182193>
골다골증
마종기
1
당신의 골수를 열 달이나 받아먹고
어머니, 내가 생겨났습니다.
동생들도 당신 뼈에 구멍만 뚫어
해 지난 갈대같이 속 빈 육신,
골다골증으로 늙으신 어머니.
당신 뼈가 얼마나 가벼워졌으면
바람까지 들락거리는 큰길 사이로
먼 데 어디 날아가실 준비까지 하시는지.
2
나는 덱사 스캔과 간단한 숫자 계싼으로 수많은
골다골증을 진단해주고 돈을 벌었다. 당신의 뼈에는
5천 개의 구멍, 당신의 살에는 8천개의 구멍. 당신은
구멍 난 풍선이나 타이어처럼 매일 몸이 줄어들고 목
숨의 생기도 빠져나간다. 정신이 누추해져서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뼈들은 답답해서 자기 가슴에 구멍을
뚫고, 신산한 세상살이의 대못과 시달림. 아파서 못을
뺀 자리에 남아도는 피투성이 구멍들.
3
아무도 관심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제 나도 모든 것을 덮을 때가 되었다.
돌아보면 구멍 많은 당신도 가엾고
바닥 터진 내 지난날도 가엾다.
숨지 마라, 죄지은 지상의 모든 구멍들
암, 다시 보면 세상에 가엾지 않은 게 없지.
벌거벗은 뼈들이 추위를 더 느끼는가.
의과대학 해부학 시간 사람의 뼈들
동맥도 정맥도 더 이상 도착하지 않고
내 마른 손바닥만 핏빛으로 적시던
미세해진 그대 몸의 온기 속에서
빈 뼈가 서로 만나 불 지피던 날들.
뼈가 운다. 운율 맑은 피리 되어
비 내리는 어두움에 외톨이로 운다.
얅고 가늘어진 뼈 대책 없이 부러지고
안타까웠던 집착도 형별만으로 기억될 뿐,
더 기다릴 명분도 신음 소리 하나로 떠나고
뼈를 태워 재가 되어 내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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