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3. 11:59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김예슬 지음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2010년 차가운 바람이 귓전을 울어 스치는 어느 겨울 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김예슬은 자퇴했다. 큰 배움(大學) 없는 대학을 질타하며 서열을 구조화시키는 사회에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 그녀는 수많은 생각과 질문으로 밤을 지새우며 자퇴 대자보를 작성했다. 한 글자마다 그간의 고뇌를 고스란히 내뱉었으리라. 대학과 사회에 큰 탓을 물었고, 그 동안 그 구조에 순수히 따랐던 자신의 작은 탓을 물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한번 다 꽃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쳐주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수많은 대학생들이 그녀의 대자보에 공감하며 저 또한 졸업장 인생의 한계를 타파하고 싶지만 그 만큼의 용기가 없다 고백했다. 과감히 학벌을 내던진 그녀의 용기는 학벌로 서열화 된 사회의 ‘희망’이 되어갔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대자보 전문을 분주히 복사해갔다. 그때 난 삐뚤어진 입으로 진지하게 물었다. 만약 지방대생이 자격증 양성소가 된 대학과 서열을 구조화 시키는 사회를 탓하며 자퇴하겠다고 대자보를 붙였다면, 과연 그를 향해 박수쳐주는 이가 있었을까?
누군가는 고려대 김예슬의 한계를 지적한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고려대생 김예슬의 자퇴 선언은 한국사회에서 매우 상징적인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녀가 ‘어느 정도만 노력하면’ 삼성 또는 그 어떤 대기업이라도 취업할 수 있는 형식적인 조건, 정확히 말해 학벌이라는 문화자본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을 여전히 ‘포함된 자’의 저항이다. 물론 ‘포함된 자’의 저항을 펌하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포함되지 못한 자, 즉, ‘배제된 자’에 근거하지 못하는 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려 함이다.”
-굿바이 삼성, P 260-
또 어떤 이는 말했다. 고려대학교 김예슬이 학벌을 내 던짐으로써 더 견고한 학벌을 가지게 되었노라고. '고려대 김예슬'이 자퇴하더라도 사람들 머릿속에는 '고려대 자퇴생 김예슬'로 선명하게 기억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가면서 새로운 길 하나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하는 그녀의 결단이 부럽다. 무거운 첫 걸음을 뗐으니, 그녀의 두 번째 걸음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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