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 갇히다 - [트라우마;신체적, 정신적 충격 경험 후 발생하는 정신적 질병]

2013. 5. 22. 01:11 책과 글, 그리고 시/작문(作文)

 

 

#트라우마란

 

 트라우마는 특정적인 사건이나 사고를 통해 신제적,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아주 밀폐된 공간에 갇혀서 숨이 막혀 죽을 경험을 한 사람이 훗날, 다시 그 상황에 맞닥드리게 되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해지면서 특이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어릴 때 눈 앞에서 목 매달고 죽은 사람을 봤다면 목을 조르는 옷을 입거나 넥타이를 매게 되면 실제적으로 숨이 막히지 않지만 정작 본인은 옷이나 넥타이가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정신적 충격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에 한 번 갇히게 되면, 스스로 헤어나오기란 쉽지 않다.

 

 

 

 

 

# 트라우마에 갇히다; 싸움, 패배 그리고 부러짐. 

 

20039월 수능 100일전 전국수능모의고사가 치뤄지던 날, 1교시 언어영역을 끝마치고 흐트러진 정신을 깨우러 화장실로 갔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바라본 불투명한 거울에 그 녀석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던 녀석이었는데, 그 날 거울을 통해 자존심을 건 신경전이 벌어졌다. 신경전이 말싸움으로 이어졌다. 둘만의 싸움을 위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싸우기로 합의한 다음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도중에도 잦은 욕설과 몸싸움이 있었지만 둘 다 계단에서 싸울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마지막 계단에서 그녀석이 내 팔을 잡았고, 그 건들림이 짜증나게 느껴졌던 나는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 싸움에서 선방하면 질 경우는 별로 없는데... 선방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끄러 졌는 것 같기도 하고, 엄청 맞은 것 같기도 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난 넘어져서 달려드는 녀석에게 발발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 명의 친구가 와서 싸움을 말렸고, 코에서는 벌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두려웠다. 뜨거운 그 무언가가 내 몸을 흐르고 있을 때 패배라는 것이 사실로 다가왔다.

 

 

 

 

 

3자의 개입으로 싸움은 잠시 멈춰졌지만 아직 서로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피에 흥건히 젖은 흰 티셔츠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멈추지 않는 피를 찬물로 지혈했다. 그러고 나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올라간 3층 교실 앞에 그 녀석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덤빌 기세였다. 아래층에서의 '패배'가 날 움츠리게 했다. '또 맞을 것 같아...그런데 여기서 물러서면 쪽팔리잖아!'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복도 중앙에서 다시 엉켜붙어 싸웠다. 아니, 다시 난 알 수 없는 싸움에 휘말렸다. 그 때 마침 2교시 수리영역 시작 종이 울렸고, 우리는 싸움은 끝낼 수 밖에 없었다. 녀석은 꽤 멀쩡했고, 난 누가봐도 흠씬 두둘겨 맞았음을 알 수 있을 만큼 눈덩이와 코 주변이 부어 있었다.

 


싸움이 끝난 후, 교복 셔츠에 바싹 말라버린 핏자국이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내게 일깨웠고, 부러진 코뼈의 쓰라린 아픔이 몸서리치게 내게 밀려왔을 때 난 다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웠다.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내가 왜 싸웠을까?' 그러나 상황은 이미 벌어진 상태였으니, 어찌 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게 코뼈의 부러짐에 대한 트라우마는 형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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