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다. 그래서 손길이 필요하다.

2013. 2. 23. 15:08 책과 글, 그리고 시/작문(作文)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물건이든지 간에 아름다운 것은 눈을 즐겁게 한다. 아름다운 것에 시선이 가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넋 놓고 있어서는 아니 되며, 아름답지 않은 것들에게 시선을 돌릴 줄도 알아야 한다 겉이 아름답다고 해서 속도 아름답다고 장담할 순 없다. 요즘 시대는 더더욱 그렇다. 겉을 까봐야 속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아름다움은 그 자체, 아름다움으로만 보아야한다. 그것이 전부인양, 신봉해서도 절대 믿어서도 아니 된다.

 

 

 

  보잘 것 없는 것들은 외형상 아름답지 않다. 또한 다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불완전해 보인다. 늘 소외받기 쉽다. 늘 외로울 수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의 사상이 관통하는 이 시대에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다수의 따돌림에, 사회적 무관심으로 더욱 움츠러 들어 있는 이들이 있다. 링컨 대통령이나 마틴 루터킹 목사님처럼, 뚜렷한 개혁의 정신을 가지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워 불합리한 제도와 법을 바꿔서 소외된 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사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허나, 지금은 무리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넋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하나의 기억이 나를 스친다. 군 복무시절, 한창 추울 때 외박을 신청해 서울구경을 갔었다. 1박 2일의 짧은 서울구경을 마치고 복귀하러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에서, 저 구석진 곳에 한명의 아저씨가 웅크려 자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얇은 겉옷가지로 추위를 감당할 수 없어 떨고 있었고, 허기져 보였다. 나는 그 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저 응시했다. 그 아저씨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사회에 대해 분노했고, 출처모를 눈물을 흘렸다. 단지, 그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서 아저씨 머리맡에 두면서 "배고플때 드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아저씨는 말할 기운도 없어보였다. 다시 쭈그려 한참을 바라보다 지하철을 떠났다.

 

 

 

 

 

 

 

 

 

 

 

 지금 나의 자리에서 약자들과 함께 하면 된다. 단지, 한 순간의 '동정'이 아닌, 함께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생 동반자로서 따뜻한 손길이고 싶다. 그 손길 중 하나가 나 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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