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_ 수 클리볼드

2020. 12. 27. 22:34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부모는 자기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기가 낳아 기른 아기라도 전혀 모르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다.

됐지만 누가 사이코패스 거짓말쟁이인지 부모도 나만큼이나 오리무중이다."

- 350쪽-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이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듯,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의 가해자인 수 클리볼드의 회고록이다. 책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들의 총기난사와 자살을 이해하기 위한 발버둥의 흔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이 키워온 아들이 악마의 모습으로 비극적인 사건을 저질렀으니, 부모로서는 도저히 그 상황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을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사건을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 아들의 범죄가 부모 탓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부모는 비난할 거라는 점은 불보듯 뻔하다. 이것이 평생 부모를 괴롭힐 거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 고단한 그 삶을 살아온 그녀의, 한 엄마의 지리멸렬했던 삶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러함에도 그녀가 글을 쓴 이유는 고난과 시련의 시간을 통해서 알게된 점을 통해 누군가는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콜럼바인의 호된 시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도움이 된다면 다름 사람과 나누는 게 나의 도덕적 의무다. 입을 열기는 두렵지만, 그게 옳은 일이다
25쪽

 

 어떤 부분은 너무 솔직하고 사실적이어서, 그녀의 감정이 내게도 전달되는듯 했다. 가끔 그 압도되는 감정이 책장이 넘기지 못하게 했다. 겪어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녀가 이 사건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견뎌왔는지, 그리고 견뎌내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슬픔에도 수명이 있다
7년 정도 지나자 안개 속에서 조금씩 나올 수 있었다고 나에게 말해준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도 그랬다. 2006년이 되자 조금씩 나아졌다. 딜런이 그리운 것은 여전했지만, 단 한 시간도 딜런의 손에 죽은 이들과 가족들을 고통스럽고 슬프게 떠올리지 않고 보낼 수는 없었지만, 날마다 울지는 않았고 좀비처럼 넋을 잃고 떠돌아다니지도 않았다
427쪽

 

서평 중에 책을 다 읽고나면 남는 것은 한명의 엄마라고 이야기했다. 맞다. 이 책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은 지리멸렬하고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비틀거리면서 한발씩 나아간 한명의 엄마, 수 클리볼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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