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3. 23:34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본 시리즈는 21세기의 최상급 대중영화 가운데 하나다. 세 편 모두 넋을 잃을 만큼 재미있는데 물론 그건 심오한 주제 때문이 아니라 탁월한 영화적 테크닉 덕일 것이다. 워털루역 광장에서 쫓고 쫓기는 「본 얼티메이텀」 의 한 장면은 김혜리의 훌륭한 표현대로 사람들의 추격신을 자동차 추격신처럼 찍은, 이 방면의 대가들이 만들어낸 빛나는 세공품이다. 그렇다 해도, 그 테크닉들은 단순한 유혹의 기술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절박하게 동시대의 불안과 욕망을 불러들인다. 그 점이 이 시리지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본 얼티메이텀」에서 워털루역 광장에서의 추격신이 명장면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저찰과 은혜라는 광학 테크놀로지 전재의 양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찰의 숏들과 은폐의 숏들의 폭포수 같은 교차편집 끝에 본이 두 눈과 초인적인 지각만으로 빈 공간을 어김없이 찾아낼 때, 그는 진정으로 광학 테크놀로지의 공포에 맞설 수 있는 우리 영웅이 되는 것이다.
- 허문영,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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