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1. 22:08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지독한 어려움을 겪고 나면 웬만한 어려움은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다.
지난 며칠간 골머리를 앓게 했던 일이 하나 있었다. 시간을 내어 생각하고 정리하면 끝나는 일이긴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맘이 내키지 않았다. 시작하면 나름대로 세워둔 기준을 맞추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내심 싫었다. 깐깐한 나를 알지 않은가. 어떤 면에서는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 고단함 말이다.
마냥 내버려 둘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자의 반 타의 반 일을 시작했고 일이 잘 진척되지 않던 어느 날,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대학원 시절이 떠올랐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발발 동동 구르다가 새벽 공기를 맞으며 기숙사로 힘없이 되돌아갔던 무의미한 날들이 있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인생에 대한 회의와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했던, 그 고달팠던 연구원 시절에 비하면 지금 상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고 일이 같잖아 보이기도 했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왔던 고단한 시절에 비하면 지금 이따위 어려움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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