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7. 20:18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생각한다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버리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버릴 생각만 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 박준, <당신이라는 세상> 중에서 -
신천지 교인들이 경북 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아래 지방에 살고 있는 동생의 안부가 궁금했다. 걱정 담긴 카톡 문자를 보냈는데 맥락 없는 답장이 되돌아왔다. "형 신천지 아니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함께 지내온 세월의 무게만큼 나를 알아줄 거라는 기대는 애당초 없었다. 다만, 우리의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가 밑받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니는 교회를 신천지라고 생각한다면, 뭐, 장난이라고 해도, 그 녀석에 대한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답장에 대한 반감이 컸던 탓에 신천지가 맞냐는 질문에 그러하다고 대답했고, 녀석은 재차 추궁했다. "신천지 어디 지파야?" 나는 말해줄 수 없다고 답장을 했고, 녀석은 그러면 이제 차단하겠다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어이없는 일이었다. 멍하게 앉아 있었다. 장난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이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것인가. 곰곰이 생각했다. 관계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지속되는 법이다. 녀석에 대한 이해 기반이 흔들렸고, '우리 사이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는가'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떠나는 사람을 굳이 잡지 않는다. 더욱이 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함께 길을 갈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버리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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