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인생에 대하여

2019. 3. 10. 22:0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35살, 인생에 대하여

 

 

 

 

20대 후반, 아프리카에서 전문인 선교사로 사역을 하겠다는 인생 계획을 세웠다. 20대 후반부터 전문인 선교사 파송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서 35살에는 선교사로 나의 삶을 헌신하겠다는 큰 포부(?)을 가지고 있었다.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몇 가지 질문들이 생긴다. 나는 왜 그런 결심을 하고 선교사의 꿈을 꾸었을까? 그 마음의 중심이 무엇이었으며, 꿈의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과연 누구를 위한 꿈이었는가? 나 아님 하나님?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모함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딤후 3:1절 후반~4절

 

 

나는 현재 35살이고, 경기도 소재 공기업에 취업해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인생 계획과는 무관한 삶이다. 여유와 나태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지독한 개인주의에 빠져산다. '당신은 나와 다르다'는 명제를 자명한 진리로 믿으며 타인의 삶에 개입하기를 극도로 꺼린다. 결국 내가 원하던 것을 얻고 난 후에 신앙의 방향을 잃었다. 무엇을 위한 열심이었는가...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은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

눅 17 : 10

 

 

아프리카에서 1년동안 지낼 때 '무익한 종'이 되길 원했다. 맡겨진 일이 어떠하든 마땅히 감당해야 할 종의 모습으로 묵묵히 일만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원했던 것 같다. 제2 언어의 진보, 전문 선교사로서의 경력, 외국 경험... 불순한 동기로 시작된 선교사의 삶. 결국 1년만에 무너졌다.

 

1년의 선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동안 방황했고, 다시 삶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거쳐 다시 목표를 잡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생활도 만만치 않았고, 마지막 학기에는 하나님의 침묵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에 있느냐며 반문했고, 인생은 제 힘으로 발버둥쳐야 한다는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결론에 이른다. 꾸역꾸역 졸업했지만, 암흑 같았던 취업 준비 기간들. 하나님을 찾기는 했지만, 그저 하소연 하기위한 대상이 필요했다. 자기연민에 빠진 수많은 날들.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지나간 삶에서 하나님은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그저 하나의 수단이었을까... 

 

과거에 매이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자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기 위함이다. 하나님 섭리의 측면에서 나는 왜 여기 있는지, 하나님은 지금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작년 한 번의 큰 위기에 봉착했고,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궤도를 이탈할 뻔 했는데 다행히 하나님은 한 번 더 내게 기회를 허락하셨다. "생각하지 않고 살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살아보니 나름 일리있는 일다. 그래서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남은 인생을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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