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읍천항 벽화마을

2015. 7. 27. 17:08 삶을 살아내다



내가 사는 곳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집 앞에 바다가 있고, 바다에는 고기잡이 배들이 정렬되어 있고, 가끔 해녀들이 어슬렁 거리고, 집 근처에는 일반 사람들이 염려하는 원자력 발전소가 우두커니 버티고 있고, 동네주민들은 떼로 모여 보상금 받으려고 시위하고, 해병대 같지 않은 해병대원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뭐 그런 촌이다. 고로, 나는 어촌(?)에 사는 촌놈이다. 서울에서 버스타고 경주 집에 가려면 최소 6시간 걸리는, 아주 머나먼 곳이다.



그러한데, 3-4년 전부터 이곳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서 동네주민들 입막음 하려고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수원 주최로 동네 집들에 벽화가 하나 둘씩 그려지기 시작하더니, 1년이 지나서 거의 모든 집 벽에 벽화가 그려진 듯 했다. 그 시기쯤인가, 읍천항 쪽에 '주상절리'라는 명소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북적북적 붐비기 시작했다. 동네가 원래 조용한 곳이었는데...사람들이 쓸데없이 북적대기 시작하면서, 동네에 대한민국 청장년들의 유니폼인 등산복을 아래위로 깔맞춤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관광지나 명소에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것을 어마무시하게 싫어하는지라... 벽화길이나 주상절리가 집 옆에 있긴 했지만, 가 볼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았다. 



근데, 일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바다에 부서지는 햇볕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감정에 젖어버린 나는, 홀로 주상절리쪽을 걷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원래 계획에 없는 일은 하지 않는 놈이라. 가면서도 갈까 말까를 몇 번 고민하다, 기와 걸어온거 가보자라는 생각이 앞섰다. 



읍천항의 벽화는 생각보고 잘 그려져 있었다. 벽화의 퀄리티....가 높아서, 흠칫 혼자 놀랐다는, 그리고 뜻밖의 재미, serendipity. 보지 않고서는 이야기하믄 안된다니까. 동네를 걸으면서 오랜만에 여유와 문화생활을 함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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