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0. 22:26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공지영 지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정의를 위해서 싸워야만 하는 경우라면, 나는 어떠한 행동을 취할까. 마땅히 내가 감당해야 하지만 선택에 따른 책임의 무게가, 결과가 내 삶을 끌어내린다면 말이지...
도시에서 사업을 망하고 마지막 보루로 무진시에서 계약직 교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무진시로 내려가던 날, 자욱한 안개 때문에 앞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강인호의 삶도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계약직으로 간, 첫 근무날부터 강인호는 몸서리칠만큼의 치욕과 수치심을 겪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헤쳐지는 자애학원의 폐단과 문제들. 그 상황속에서 강인호는 정의의 편에 서서 약자을 편을 지지하고 돕는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들과 악을 서슴없이 일삼는 자들의 싸움은 절정으로 치닫고, 결국 법원까지 가게된다. 아니, 법이 개입하지 않으면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는 악의 세력을 제지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약자들의 최후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법이라는 것이 약자를 위한 것이어야 하나, 법 위에 지역주의와 물질주의가 군림하고 법 아래에서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빼앗긴 약자들이 헐벗은 채 엄격한 법에 의해 재단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강인호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벽 앞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나아가지 않는다. 더러운 청춘의 죄와 피붙이들이 발목을 잡고 있어, 나아가지 못한다 이야기 하지만, 그건, 단지 변명일 뿐이다.
공권력에 의해 자애학원 대책위의 천막이 가차없이 짓밟히던 새벽녘, 강인호는 현실을 직시했다. '정의'라는 이상만을 바라보면서 '가족'이라는 현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소리없이, 흔적없이 무진시를 급히 떠난다. 어찌, 강인호를 비겁하다, 욕할 수 있겠는가. 현실과 이상,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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