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7. 12:0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_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그리움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것이다.
#1 빗장을 열어 마음 한 켠 고이 내주었던 녀석에게 속내를 비췄을 때, '지금은 아니예요'란 말이 내게 정면으로 들이쳤다. 난 울지 않았다. 그저 내 서투름을 책망했었다. 섣부른 나의 행동을 몹시 후회했었다.
# 2 '거절'당했다는 현실을 직면했을 때, 난 과감히 감정의 문을 열어 젖혔다. 허나, 남자이기에 꺼이꺼이 목을 놓을 수만은 없었다. 그저 몇 방울의 눈물만 뜨겁게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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