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파편들.

2017. 4. 9. 21:57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 뜨겁다. 

뜨겁게 달아 오른 냄비에 엄지가 닿았다. 순간 너무 뜨거웠지만, 잡고 있던 냄비를 놓을 순 없었다. 냄비를 원래 장소에 내려놓고 몰래 엄지를 쳐다봤다. 표피가 약간 쭈그러들었다. 데인 엄지 손가락을 차가운 물에 진정시켰다. 마음 속으로 되뇄다. '아프다고 호들갑 떨어봤자 아무 소용없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쭈그러진 표피에 후시딘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다. 그래 그럼 되는거야... 뭐, 아무렴, 어때. 


# 입을 닫다. 

어차피, 함께 짊어질 수 없는 고통이라면, 군말없이 혼자서 짊어지면 그만이다. 경험상 아픔은 나눠도 줄어들지 않더라. 나만 더 아프더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시 입을 닫았다.     



# 가면 쓰다. 

아닌 척 못하지만 가면을 쓰고 다니기로 했다. 접근하기 어려운 매우 예절 바른 30대 청년의 얼굴로. 단, 잘 웃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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