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2016) - 소외되고 버려진 자들의 외침,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2016. 12. 15. 16:08 삶을 살아내다/일탈(逸脫)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2016) - 소외되고 버려진 자들의 외침.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중에서 ―



나는 타인의 문제에 대하여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 각자 감당해야 할 고통과 아픔이 있으며, 그 어느 누구도 개인의 아픔을 전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사회는 더 각박해질 수밖에 없는 거겠지.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자신의 처지가 빈궁하며 초라하지만, 타인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의 이름이 다니엘 블레이크다. 더 크게 보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자들의 이야기다. 또한 영화는 관공서의 형식적이고 관습적인 행태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그에 소심하게 맞서는 다니엘 블레이크의 모습도 그려낸다. 



각자 처해진 상황은 말할 수 없이 비참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다니엘과 케이티는 서로를 의지하며 '기대어 쉴 바람'이 되어 준다. 그리고 다니엘의 주변에는 힘든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씨 따뜻한 직원이 있으며, 언제나 힘들면 도움을 요청하라는 흑인 청년도 있다. 안부를 물어주며 장까지 봐주겠다던 목공소 직원도 있고. 그러하다. 우리의 인생에게 힘을 주는 인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로 우리의 사회가 조금 더 행복해지는 것이겠지.  


결국, 다니엘은 케이티의 도움으로 항고를 해서 재판의 승리를 눈앞에 둔다. 하지만 다니엘는 재판 직전 심장 질환으로 화장실에서 숨을 거둔다. 다니엘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사람들이 성당에 모였고, 케이티는 다니엘이 재판에서 읽으려고 했던 내용을 대신 읽어준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난 묵묵히 최선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난 굽실대지 않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이웃을 도왔습니다. 

자선에 기대지 않았습니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는 단 한명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단 한 명의 관객도 일어서지 않았다.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영화의 마지막 여운을 느끼는 듯 했다. 나는 생각했다, 다니엘의 마지막 말을.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우리가 요구하고 추구해야 할 권리는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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