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심장 _ 마종기

2016. 5. 28. 23:4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www.pixelstalk.net




봄날의 심장



                           마종기 




어느 해였지?

갑자기 여러 개의 봄이 한꺼번에 찾아와 

정신 나간 나무들 어쩔 줄 몰라 기절하고 

평생 숨겨온 비밀까지 모조리 털어내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과 라일락, 

서둘러 피어나는 소리에 동네가 들썩이고 

지나가던 바람까지 돌아보면 웃던 날. 

그런 계절에는 죽고사는 소식조차 

한 송이 지는 꽃같이 가볍고 어리석구나. 



그래도 오너라, 속상하게 지나간 날들아, 

어리석고 투명한 저녁이 비에 젖는다. 

이런 날에는 서로 따뜻하게 비벼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눈이 떠지고 피가 다시 돈다. 

제발 꽃이 잠든 저녁처럼 침착하여라.

우리의 생은 어차피 변형된 기적의 연속들, 

어느 해였지?

준비 없이 떠나는 숨 가쁜 봄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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