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에 대한 불편함도 한몫한 것 같다

2021. 8. 13. 16:4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버스를 오랜시간 탔기 때문일까. 경주 집에 도착했을 때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3개월만에 부모님을 뵈었지만 내 표정을 그다지 밝지 않았다. 아버지는 저녁식사를 하고 계셨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반찬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큰 방에 앉은 뒤 계속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부모님과 별 대화도 하지 않고 드러 누워서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경주집에는 편안하게 쉴 내 방이 없다. 주로 어머니가 계시는 방에서 쉬긴하는데 뭔가 그렇게 편안하지는 않다. 낡은 집에 대한 불편함도 한몫한 것 같다. 몇해전에 돈을 보태줄테니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라고 부모님께 이야기를 했으나, 그날 대화는 결국 내 결혼 이야기로 점철되었다. 나부터 먼저 결혼하라는 것이다. 그 뒤로는 이사에 대해 한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몇개월 전 아버지는 전화오셔서 무작정 몇백만원을 빌려달라고 말씀하셨다. 돈의 용도를 물었으나 아버지는 구체적으로 말씀하지 않으셨고 돈이 있으면 빨리 빌려달라고 재촉하였다. 자다 일어난 탓에 돈의 용도와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피곤해지기 싫어서 아버지에게 돈을 보냈다. 며칠 뒤 안 것이지만 결국 그 돈은 아무 쓸모 없는데 사용되었다. 돈을 어디에 쓰는 지도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돈을 빌려준 내가 어머니와 누나로부터 꾸지람을 듣게 되는 웃기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 뒤로 아버지에게 그 돈에 대해 묻지 않았다.


집은 편안해야 하는데, 본가를 떠난 지 오래된 탓일까, 언제나 이상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다가 집 근처에 바람을 쐬러 외출했다. 밖에 나와서 책을 읽고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지만, 몇시간동안 연락되지 않는 엄마와 외출하기 전에 본 아버지의 굽은 등이 생각을 복잡하게 만든다. 내가 예민한 탓일까. 부모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린 것일까. 자꾸 쓸데없는 질문이 떠오르지만, 답이 없는 질문은 결국 머리만 아프게 할뿐이다. 본가에서 지낸 며칠은 불만과 짜증만 가득 쌓인채 결국 개운하지 않은 감정만 남기고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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