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3. 23:39 삶을 살아내다
기말고사 시작하기 일주일 전, 시험이 끝나면 스스로에게 선물 하나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2년만에 다시 돌아와, 혼자 아둥바둥거리며 한 학기를 잘 견뎌준 나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고민끝에 공연이나 전시회를 가기로 결정했다. 기왕에 가는거, 돈을 조금 더 투자해서 품격있는 공연이나 전시로 가고 싶었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인데, 돈 따위에 절절매서 되겠는가.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했다. 그러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클래식 공연을 발견했다. 공연날짜는 시험이 끝나는 주 금요일이라 아주 적절했는데, 클래식이라 조금 망설였다. 클래식이라...내겐 낯설다. 하지만 창조적 사고를 위해서는 접해보지 못한 분야도 과감히 발을 디뎌볼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난, 겁도 없이 티켓링크에서 VIP석을 예매했다!
두둥! 기말시험이 끝났다. 금요일만 손꼽아 기다린다.
금요일이다. 맘도 가뿐, 몸도 가뿐, 버스를 타고 수성아트피아로 향했다.
참고로, 경산, 시지, 남부정류장 근처 사시는 분을 위해 수성피아 가는 길을 안내하면,
이 지역내에 사시는 분들은 449번 버스를 타면 수성아트피아로 한번에 갈 수 있다. 교통연수원 정류장에서 내려서 40미터정도 직진하면 좌측 대각선 맞은편에 수성아트피아가 보인다. 횡단보도는 하나 건너야 한다.
드디어, 수성아트피아 도착!
건물은 태권브이를 연상시킨다. 나만 그런가. 암튼, 건물은 아주 깔끔했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건물 안을 둘러봤다.
이층에 머리가 심히 크고, 눈도 커다란 이상한 녀석들이 있었다.
젤 마지막 녀석을 계속 보고 있으면, 저 눈 속에 심취해버릴 것 같아 얼른 자리를 피했다는.
이층 좌측공간에는 그 동안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을 했던 국내,외 예술가들을 기념하고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봐서,
공연은 MOZART vs BEETHOVEN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짜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을 비교해서 들어보자는 취지다.
공연 시작 10분 전에 들어가서, 공연 팜플렛을 꼼꼼히 읽었다.
Intro. 공연을 위해 무대조명을 제외한 객석의 모든 조명은 꺼졌다.
#1
악기 단원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단원 대표인듯한 남자가 홀로 무대로 들어선다.
전체 단원을 통솔하는 역할인 것 같다.
#2
MBC 아나운서가 무대로 나와 공연 진행의 전체적인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무대뒤로 사라진다.
#3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무대 좌측에서 지휘자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발수갈채가 이어진다.단원들은 전원 기립상태다.
다시 정적.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지휘자의 손짓에 첫번째 곡이 울려퍼진다.
Der Schauspieldirektor - W.A.Mozart
생애 첫 클래식은 꽤 들을만하다. 음이 단조롭지 않아 다행히 졸진 않았다.
지휘가 끝나고 지휘자는 다시 무대뒤로 사라진다.
#4
한 동안 정적이 공연장을 휘감았다.
지휘자가 다시 무대로 들어서고 바이올린 솔로이스트도 뒤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서 곡이 연주된다.
Violin Concerto No.5 - W.A.Mozart
좀 지루했다. 중간 중간 졸았는지, 기억의 틈이 생겼다.
귀에 거슬리는 음 이탈이 두 세번 있었다.
음이 높아져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것인지, 아님 솔로이스트의 실수였는지,
처음 듣는 나로선 분간할 수 없었다.
3악장이었는지, 4악장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질 않는다.
#5
15분 Break Time
#6
마지막 연주곡이다.
Symphony No.5 - L.V.Beethoven
빠빠빠빰~!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운명'교향곡이다. 웅장하다.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된다.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이 눈에 들어온다. 지휘자의 격한 몸짓이 무대를 휘젓는다.
찌릿. 전율이 흐른다. 이 맛에 클래식을 듣는구나.
지휘자의 마지막 손짓이 멈추었다.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박수소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지휘자는 무대뒤로 사라졌다 나타났기를 세번가량 반복하고 나서 공연은 막을 내린다.
생애 첫 클래식 공연이 끝나고, 난 잠시 자리에 앉아 모두가 떠나간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흘려놓고 간 땀들을, 열정을 잠시나마 더 느끼고 싶었다. 이러다 클래식에 빠지는 건 아닌지. 암튼,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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