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한강 저) -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2017. 1. 25. 12:04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 한 강 시인의 「유월」의 첫 글귀다. 희망이 병균이라면 우리는 삶을 비관하며 살아야 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시는 희망이 병균과 같다며 시작하지만, 홀씨 흔들리는 핀 꽃을 보며 "살아라,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하라" 끝을 맺는다. 한 강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라면, 아픔과 고통을 솔직하게 직면하면서 담담하게 뱉어내는 언어가 어둡지만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음산하고, 침울하고, 어둡다. 그러함에도, 지리멸렬할지라도 끈질기게 삶을 붙들라고 당부한다. 그녀의 언어를 이해하면 할수록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면 내가 글을 뱉어내는 방식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글들을 읽는다. 


 
 

그녀의 소설 『흰』을 읽은 이유도 이해받고 싶어서였다. 소설이긴 하지만, 시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글을 읽다가 자주 멈춰선다. 멈춰선 탓에 글의 흐름을 놓치곤 한다. 한 단어에 매여 다음 단어를 읽지 못했다는 것이 맞는말일게다. 음산한 언어들 속에서 결국, 그녀는 어떻게든 살라고 매달린다.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제발 죽지마. 한 시간쯤 더 흘러 아기는 죽었다. 

죽은 아기를 가슴에 품고 모로 누워 그 몸이 점점 싸늘해지는 걸 견뎠다.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 한 강, 『』, 2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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