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명랑한 은둔자 _ 캐럴라인 냅

2021. 11. 29. 11:26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6쪽

아무런 사교 활동 계획이 없는 또 한 번의 고독한 밤, 그 전망에 나는 안도감에 막연한 압박감이 섞인 기분으로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은둔의 밤을 하루 더 견딜 수 있을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잡아야 하나? 다섯 번 중 네 번은 - 다섯 밤 중 네 밤은 - 고립의 목소리가 이긴다. 집에 머무르는 것이 더 쉬우니까, 외롭겠지지, 하지만 더 안심된다. 훨씬 더 안심된다. 

 

19쪽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21쪽

다른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도록 허락하면 그들이 반드시 나를 실망시키거나 다치게 할 것이라는 확신, 스스로가 취약해지는 것이 너무 싫다는 생각, 이것은 모두 지극히 인간적인 두려움들이고, 더구나 지극히 강력한 두려움들이라, 내가 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기 시작하면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울리기 시작한다. 

 

38쪽

나는 우리가 수줍음으로부터 개인의 책임에 관하여,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지난여름에 나는 점심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면서 어느 은퇴자 부부가 사는 집을 지나갔다. 헬렌과 프랭크라고, 열성적으로 정원을 가꾸는 부부다. 나는 그 집을 지나갈 때마다 그들에게 뭐든지 친근하고 상냥한 마을 건네겠다고 다짐했다. 전통적인 좋은 이웃의 이미지를 좀 드러냄으로써 콧대 높은 속물이라는 평판을 희석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부부가 키운 장미를 칭찬했고, 부부가 기르는 고양이들에게 대해 물었고, 어색한 순간을 이겨내면서, 날씨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일주일간 뉴햄프셔에 갔다가 돌아온 뒤에 그들에게 블루베리 파이를 선물했다. 그들을 차츰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48쪽

고독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 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 적절한 균형을 지키기 못하면, 삶이 약간 비현실적인 것이 된다. 

 

49쪽

혼자 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것, 연애의 틀 밖에서도 안락과 위로와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진 자원만으로도 - 나라는 사람, 내가 선택만으로도 - 고독의 어두운 복도를 끝까지 걸어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 이런 것을 잘하지 못했다. 

 

57쪽

거리를 유지하되 상대가 필요할 때 응답하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하고 서로를 잇는 끈을 아예 놓아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동시에 위기를 겪은 적이 거의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은 이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난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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