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마무리하며

2021. 1. 1. 00:06 프로필/연도별 기록

 

 

 

 

2020년을 마무하면서 2015년 마지막 밤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일하시는 펜션에서 원치 않았던 노동을 마치고 2015년의 마지막 밤을 펜션에서 맞이했다. 부모님은 이미 고된 노동으로 잠드셨고, 나는 '이병헌과 삼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글을 적었다. 나의 사회적 위치와 취준생이란 상황을 비관하며 삐뚤어진 생각들을 내뱉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파렴치한 인간과 사회에 대한 회의였을까. 한해의 마지막 밤에 왜 그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늦은 밤 기어코 글을 다 적고 2016년 1월 첫날 새벽에 잠이 들었다. 담담하게 한해를 마무리하고 아무렇지 않게 새해를 맞이했던 해였다. 

 

2020년도 담담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는 게 좋을듯하다. 올한해 개인적으로 기억할만한 많은 일들 가운데 주를 이루는 것은 만남과 이별이다. 코로나시대에 마스크를 쓰고 분주하게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그리고 서로를 알아갔으며, 다시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만남에 대한 조급함도 분주한 일상에 한몫했던 것 같다. 사회가 정해준 기준이 나를 부추겼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만남과 이별을 통해 관계를 배워나갔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유익이다.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아직 관계에 서툴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받아들이기보다는 물러서려하고, 이해하려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다고 단정지어버리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보았으니 다음 해에는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갈 수 있기를.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과거를 되돌아볼때 좋았던 한해로 기억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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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별

2018. 1. 27. 20:2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와 함께 급히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나는 울기만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아버지와 이별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어린 나를 불안하게 했던 것이다. 그렇다. 처음부터 이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별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한 사람을 슬며시 지웠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이 떠나가고, 나도 사람들을 떠난다. 이별이 낯설지 않다. 익숙하다고 해야하나...근데 정말 익숙한 것인지 아니면 익숙한척 하는건지 나도 분간이 잘 안된다. 사람을 보내기 전에 미리 내 감정들을 고스란히 정리하는 습관때문일까.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깟 일에 감정을 소모하거나 쓸데없이 질척거리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 내겐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사람이니, 아무렇지 않았으리라, 아무튼, 마지막 인사를 보낸다,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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