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시작한 지 17일째 10km를 오롯이 내달렸다

2021. 3. 21. 18:36 삶을 살아내다/운동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전날 금요 모임을 마치고 저녁 늦게 달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솟았다. '에이...이미 저녁 10시가 넘었는데 무슨 달리기야' 마음속 한켠  슈퍼에고(superego)가 뛰려고 나가려던 나를 붙잡았다. 굳이 지금 나가서 달릴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달리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10시란 시각이 달리기하지 못할 이유로서는 타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드(id)와 슈퍼에고를 중재하며 적절한 합의점을 찾았다. 그래, 늘 달리던 5km말고 3km만 가볍게 뛰고 오는 걸로! 기어이 신발 끈을 조여 매고 3km를 뛰고 왔다. 

 

 그리고 다음날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밖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싫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비 맞는 것을 좋아했다. 남들이 우산을 쓰고 비를 맞지 않으려고 애쓸 때, 나는 유유히 빗속을 걸으며 분주히 뛰어다니던 사람들을 지켜봤다. 젖은 옷이야 말리면 그만이지 않는가. 그러니 비 따위는 내게 문제 될 게 아니었다. 다시 새로 산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달리기 시작한 지 17일째 10km를 오롯이 내달렸다. 비가 오는 날이라 산책로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음 잡고 뛰기에는 날씨도, 환경도 최적이었다. 5km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5km 이후부터는 자주 달리지 않던 거리이니 몸이 놀라지 않게 잘 달래가며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최종 목표는 10km였지만 그 종착점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나에게는 나에게 적합한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그것들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46쪽 -

 

 결국, 달리기에서 중요한 건 자신의 페이스로 얼마나 성실하게 목표지점까지 달려갈 수 있는가이다. 나를 추월하는 사람의 속도를 따라잡겠다고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게 되면 달리는 리듬이 깨지게 되고, 결국 목표지점까지 달리기 어렵게 된다. 완주하더라도 지친 몸으로 목표점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속도와 나의 보폭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달리는가는 달리기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이제 10Km를 뛰었으니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다만,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갈수록 체중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가녀린 몸으로 계속 뛰는 운동을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이 스멀스멀 기어오르지만 하고 싶은 건 해야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달리다가 지겨우면 그만둘 것이니 달리고 싶을 때 실컷 달리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며 안양천을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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