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여름 _ 유지원

2021. 3. 28. 14:2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첫사랑, 여름 

 

                                         유지원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열아, 밖에서 차 덜컹거리는 소리 안 들려? 하는 네 물음이 열기에 뭉그러져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던 때(아냐, 사실 그거 내 심장 소리야 너를 보면 자꾸 덜컹거려 이제 막 뚜껑을 딴 탄산음료처럼 부글거리고 자꾸 톡톡 터지려고 해)

솔직해지기는 부끄러워 그렇네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던 기억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반응형
반응형

L'Étranger by kangsy85

Notices

Search

Category

First scene (1189)
프로필 (19)
삶을 살아내다 (407)
산업단지 (13)
도시재생 (4)
토목직 7급 수리수문학 (8)
토목직 7급 토질역학 (8)
자료공유 (106)
편집 프로그램 (8)
신앙 (285)
책과 글, 그리고 시 (252)
초대장 배포 (55)

Statistics

  • Total :
  • Today :
  • Yesterday :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Copyright © Nothing, Everything _ Soli Deo Gloria All Rights Reserved | JB All In One Version 0.1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