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부의 대이동 _ 오건영

2022. 5. 12. 10:00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50쪽

 기준금리의 타깃인 7일물 RP금리가 현재 0.78%라고 해보죠. 기준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시중에 자금이 모자라다는 의미일 겁니다. 돈이 모자라니 너도나도 돈을 구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더 높은 이자를 불러서라도 돈을 구하려고 할 거잖아요? 7일물 RP금리가 한국은행이 의도하는 기준금리인 0.75%보다 높으면 시중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한국은행은 시중에 자금을 주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금 공급이 늘어나겠죠? 돈이 풀리면서 돈 구하기가 편해진 사람들은 무리해서 높은 금리를 부르며 자금을 땡기려 하지 않겠죠. 네, 7일물 RP금리가 하락합니다. 어디까지 하락하냐면요. 기준금리 레벨인 0.75%까지 내려갑니다. 

 

53쪽

 기사를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장기국채와 회사채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도 있다고 나오죠. 보통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중장기국채나 회사채 금리는 이에 따라 하락하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일반적인데요. 이런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조금 설명이 길기는 하지만 해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은 김준금리를 인상 또는 인하할 수는 있지만 시장금리를 마음대로 올리고 내리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준금리 조절을 통해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면서 중앙은행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체 금리를 유도를 하는 것이죠. 

 

56쪽

 여기서 구축은 무언가를 쌓는다는 의미의 '구축'이 아니고요, 내쫓는다는 의미의 '구축'을 말합니다. 혹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나요? '나빠지는 것이 좋아지는 것을 만든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의 악화는 나빠진다는 게 아니고 '나쁜 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양화는 '좋은 돈'이라는 의미죠. 즉,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내쫓는다는 의미인 거죠. 

 아주 오랜 옜날에는 금과 은을 녹여서 금화, 은화를 만들었다고 하죠. 그런데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금화의 끝을 조금씩 깍아낸 거예요. 깎아서 조금씩 모은 금을 갖고 새로운 금화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럼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벌지 않겠어요? 그런데 한두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앉아서 조금씩 조금씩 금화의 금을 깍아내는 겁니다. 자, 제가 제대로 된 금화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시중에는 금의 함량이 많이 줄어든(하도 깍아내서) 금화가 돌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제대로 된 금화인 '양화'와 깎여버린 금화 즉, '악화'를 갖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저는 물건을 살 때 어떤 금화를 내놓을까요? 당연히 제대로 된 양화는 집에 꽁꽁 숨겨두죠. 그리고 악화만 사용할 겁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면 악화만 유통이 되고 양화는 집으로 숨어버리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상황' 벌어지겠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의미는 바로 이겁니다. 삼천포를 다녀온 듯한데요...... 그냥 구축한다는 의미를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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