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sy85 2016. 11. 29. 17:54






유월



                      한 강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 

유채꽃 만발하던 뒤안길에는 

빗발이 쓰러뜨린 풀잎, 풀잎들 몸

못 일으키고

얼얼한 것은 가슴만이 아니었다

발바닥만이 아니었다 

밤새 앓아 정든 胃장도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 걷게 했는가,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 

등을 떠밀고 

맥없이 엎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는가 깨무는 

혀끝을 감싸주었는가 

비틀거리는 것은 햇빛이 아니었다, 

아름다워라 山川, 빛나는

물살도 아니었다

무엇이 내 속에 앓고 있는가, 무엇이 끝끝내 

떠나지 않는가 내 몸은

숙주이니, 병들 대로 병들면

떠나려는가

발을 멈추면

휘청거려도 내 발 대지에 묶어줄

너, 홀씨 흔들리는 꽃들 있었다

거기 피어 있었다

살아라,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하라

나는 귀를 막았지만

귀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귀로 

막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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