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빈다 _ 나태주

2021. 4. 15. 22:0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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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의 초상 _ 마종기

2021. 4. 3. 13:36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00122/99362403/1

 

 

주위를 둘러보니, 어머니. 

모두들 잘 있습니다. 

무대도 조명도 객석도 잘 있고 

인간의 간절한 열정은 살아서 뛰며 

몸부림치는 영감의 현장이 되네요. 

새로운 첫번째만이 예술이라고 하신

당신의 어려운 주장이 무대를 채웁니다. 

 

삶이 어려워도 꿈은 기죽지 않고

기어이 당당하시던 당신의 발걸음. 

무용의 끝막은 인간이라며 온전히 

목숨을 태우며 춤을 만드시던

평생을 받아온 사랑의 결론입니다. 

어머니, 당신의 따뜻한, 

 

움직임의 파문은 사방에 살아 있고 한길 삶의 초점은 

섬세하고 강하다. 새로운 율동에 생명의 정수를 붓는다. 

세상의 모든 거짓으로부터 벗어난다. 그 용기가 춤으로 

태어난다. 버려진 흥을 바로 세운다. 춤 속에 살고 있는 

자유, 가식과 수식은 수면 아래로 숨고 옷 벗은 자유가 

다른 이름의 자유를 만난다. 

 

 어머니, 고집스러운 외길의 자부심에 

 부드럽고 그리운 움직임이 눈부십니다. 

 버려진 몸과 말이 마침내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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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옥의 세월 _ 마종기

2021. 4. 2. 19:3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4개월 정도의 긴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단단히 잠가둔 문을 열고 빈방에 들어서니 

방 안 가득 모여 한참 시들어가던 공기들이 

도대체 이렇게 꽁꽁 가두어두어도 되느냐고, 

숨 쉬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아우성이다. 

(1년 만에 문을 열었다면 어땠을까.)

여는 김에 커튼도 열고 창문도 활짝 열었더니 

혼수상태의 공기가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하고 

부풀어 오른 몸으로 뛰어다니며 노래까지 한다. 

 

무엇이건 누구건 오래 가두지는 말 것, 

젊은 날, 나도 이를 갈며 옥중 생활을 했다. 

어두운 공기와 침울한 벽과 숨 쉬기 어렵던 분노, 

어느 나라도 죄 없이 사는 공기나 부들을 

강제로 투옥하고 위협하고 짓누를 수 없기를. 

아무리 큰 이름이나 이념이나 권력으로도 

방심한 남의 생활을 굴복시키지 말 것. 

사는 일이 갑자기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래도 가두지는 말 것, 때리지 말 것, 

잃어버린 앞날이 아득하게 추워온다지만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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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식 변명 _ 마종기

2021. 4. 1. 21:5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다시 가게 된 것은 조바심 때문이었다.

나이는 들어가고 겁도 늘어나고 

돌아보아야 점점 좁아지는 세상에서 

높고도 더 높은 유정천의 하늘을 만나

보이는 것이 끝일 수 없다고 말하려 했다. 

고집도 늘어가고 트집거리도 늘어가고

주위로 막아선 높은 벽들은 가슴을 조이고 

내 힘으로는 두들겨 깰 수도 없으면서 

무엇이 여기까지 끌고 왔는지 알고 싶었다. 

 

주위가 허전해져서 채근이라도 하고 싶었다. 

파타고니아의 정상은 화산 연기를 뿜어내며

나를 보지도 않고 화가 나서 묵묵부답인데 

무섭고 겁이 나도 돌아설 수가 없었다. 

이것이 다냐고, 여기가 다냐고 묻고 싶었다. 

 

매일 저녁 구워 먹었던 일곱 살짜리 양, 

내 손자보다 어린 양이 눈으로 조롱했다. 

인연의 끈들이 구름같이 다 풀어지는 

파타고니아의 하늘에서 내리는 굵은 빗줄기, 

올가미로 느껴지던 질긴 관계들을 끊어버린다. 

비를 맞으면 흐르는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피부를 헤집어 상처만 주는 주위의 풀잎, 

칼 같은 풀잎이 가슴까지 찌른다. 

아무도 거두지 않은 죽음들이 

오래 젖어서 천천히 일어서는 땅, 

지상의 날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도 잊고 

굵은 비에 가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간, 

약속해준 그 용서만 나를 아프게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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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날 _ 마종기

2021. 4. 1. 21:3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갔다. 

저희들끼리 자라고 저희들끼리 

날아다니다가 짝을 찾아

여러 모양의 열매를 맺었다.

 

그 후에는 방문 두드리는 소리를

가끔 들었다. 들리다 말다 한 소리는

바람에 쓸려가는 낙엽들이었다. 

모두가 필요 없다며 버린 인연들.

어느 날 저녁부터는 주위가 작아지고

흥얼거리는 박자인지, 누가 오는 건지 

밤새도록 속삭이는 음성이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바람이 밤과 눈을 부지런히 섞고 있었다. 

 

보이는 게 다 흐렸지만 고백하자면

그것이 바로 내 질긴 평생이었다. 

그래도 끝이 흰색이라는 게 좋았다. 

체세포에 묻은 인내는 무게만 있는 건지

한 발 두 발 걷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참는 법을 몰라 헤매던 날들을 떠났다. 

 

그렇게 겨울이 왔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차가운 후회들이 모여 눈이 되었겠지, 

맨몸을 감는 겨울밤이 오히려 정답다. 

겨울의 끝은 저만치에 오고 있지만 

그 뒤에 오는 날들은 누구의 진정인가, 

숨이 끝나도 한동안 귀는 열려 있다지. 

나이 든 후부터 자라난 힘든 물음들이 

다 되살아나 내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안에 나를 부르는 정든 목소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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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_ 박경철

2021. 3. 28. 23:06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0쪽

어떤 경우에도 원칙을 보면 답이 보이지만, 현상만 바라보면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흔들리게 됩니다. 물론 이 책이 원칙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지만 그나마 독자 여러분들이 원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저자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31쪽

노후와 은퇴에 대한 준비는 기본적으로 나의 자산가치에서 '잉여 부분', 즉 나머지를 덜어내고 모으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은퇴 후에 현재가치로 10억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월 35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현재의 경제 수준을 노후에도 유지하겠다는 의미이고, 은퇴 후에 5억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월 175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기준으로 노후를 준비하면 된다.

 

33쪽

재테크의 세 가지 기준

첫째,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부자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앞에서 부자란 " 더 이상의 부를 확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따라서 재테크의 첫번째 단계는 내가 더 이상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의 총량이 과연 얼마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때 재테크란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나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하는 절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남이 얼마를 가졌든 상관없이 내가 만족살 수 있는 목푤르 먼저 정하자.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평생 돈의 노예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 자산가치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개 사람들은 재테크라고 하면 화페로 교환이 가능한 것들을 모으는 데만 집착한다. 그러나 나의 자산은 통장의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고정자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나의 생산성이야말로 중요한 자산가치를 형성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안정적이고, 오래 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과 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서 부자가 되는 것이 자신의 부가가치가 낮은 상태에서 재태크로 부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윗길이다.  

셋째, 은퇴 후 노후자금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비율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자산가치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비율의 개념으로 은퇴 후 노후자금에 접근하도록 하자

 

44쪽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장기적으로 그 가치는 항상 증가하는 반면, 종잇조각에 불과한 화폐의 가치는 이 실물자산의 가치 증가분만큼 하락하게 되는데 이게 곧 인플레다. 

 

46쪽

부자란 더 이상 돈을 벌 생각이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은 돈을 더 벌려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면, 이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자란 이자율을 기준으로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 '부자가 아닌 사람은 경제적 결정에서 이자율보다 더 중요한 고려 사항이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해도 별 무리가 없다. 

 

64쪽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전설적인 투자자는 '토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주식투자 모델을 제안했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왜 주가가 정점에 있을 때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가 바닥에 이르면 주식을 파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중략>

먼저 금리가 과열 단계를 넘어 A국면(금리 정점)에 이르면(서서히 경기 연착륙, 경착륙에 대한 논쟁이 붙기 시작하고 장기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하지만, 이때 예금에 투자한 자금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자처를 잃어버린다. 

그저 은행에 돈을 맡기기만 하면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고금리 환경은 돈을 벌기보다 지키는 데 익숙한 부자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구간이다. 이때 은행 예금은 예금자들에게 절대 손실을 입지 않고 돈을 불릴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막상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동안 보장받았던 안전 수익(금리 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뙤면 부자들은 다른 안전자산을 찾아 나선다. 그 결과 B국면에서는 예금보다는 약간 불안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고 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확정금리(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사실 부자들의 속성에 가장 맞지 않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부자들은 얼마나 더 버느냐보다는 자신의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하는 주식은 삼성전자, 포항제철, 국민은행, 현대차, 한국전력 등 결코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초우량기업이나 배당수익률은 충분히 보장하는 주식으로 제한된다. 그래서 부자들의 자금이나 법인들의 뭉칫돈이 시장에 들어오면 우량주의 상승이 이루어진다.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동안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들은 그들에게 적당한 중소형 종목이나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는 데 익숙해 있다가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73쪽

당신이 보수적인 투자자라서 지금 금리투자를 한다고 해도 그 선택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반면 당신이 자산 운용에 자신이 있어서 지금이라도 주식이나 부동산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그 역시 잘못은 아니다. 이제는 바야흐로 자산 운용에 있어서 백화제방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만 이때 문제가 되는 사람은 돈만 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인플레만큼의 자산가치를 까먹고 있는 사람이다. 

 

77쪽

당신은 아는가? 다른 사람이 망하는데 혼자 안 망하는 기쁨을. 시장이 폭락하는데 현금만 보유하고 있을 때의 기쁨이 내가 보유한 주식만 오르고 다름 사람이 보유한 주식은 오르지 않을 때의 기쁨보다 10배쯤 된다는 것이 투자의 본질이라는 것을. 

 

81쪽

다시 주제를 가볍게 해보자. 지금까지 당신이 일단 이자율이 안전하고 크든 작든 돈이 되는 재테크 수단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물론 복리냐 단리냐, 이율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자율의 움직임이 바로 '보유 자산의 안전성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재력가들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잣대가 된다.'는 전제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90쪽

금리, 즉 돈의 흐름을 꿰뚫지 못한다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투자행위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투자자라면 매일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자신이 있는가?"라고 말이다. 

 

98쪽

그 이유는 나의 기준으로 투자자란 '스스로 투자의 철학이 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고, 투기꾼은 '왜 투자를 하는지 이유를 모르면서 아무 때나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쪽

주식이나 부동산이 오르고 내리는 데는 경기와 실적, 금리 등의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지만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수요/공급이라는 가장 중요한 경제 원리의 중심축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면 아파트 10채를 사든, 100채를 사든 당신은 그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경제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정확히 읽고, 그것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움지이면 투자가 되고,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남이 한다고 나도 거름을 지고 장에 가면 투기가 되는 것이다. 

 

118쪽

 투자 결정의 대부분은 평균값에 수렴한다. 평균값에서 멀어질수록 그 결정은 오류가 될 가능성이 크고, 평균값에 가까울수록 기대손실과 기대이익의 수준은 낮아진다. 

 

126쪽 유용한 정보에는 네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내가 가진 정보는 다른 사람이 가진 정보와 달라야 한다. 둘째, 내가 가진 정보는 다른 사람의 정보보다 정확해야 한다. 셋째, 내가 가진 정보는 좀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넷째, 유용한 정보는 시의성이 있어야 한다. 

 

129쪽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호가가 상승하고, 거래가 부진하면 '팔지 않겠다'는 사람들만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사겠다는 사람은 초조하고 팔겠다는 사람은 여유롭지만, 가격이 좀더 오르면 사겠다는 사람이 철수하고 팔겠다는 사람이 초조해진다. 이때 누군가가 팔겠다고 나서면 갑자기 시장은 모두 '팔자'로 돌아서고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하락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거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인지부조화 상황을 경계하라. 내가 가장 합리적이고 내 판단이 옳다는 생각을 버려라. 만약 내가 항상 옳다면 나는 지금 굳이 이 거래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될 정도의 위치에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내가 가진 정보를 평가하라. 그 정보의 유용성을 평가해서 그것이 독점적이지 않다면 그 정보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살피는 돋보기로 활용하라.  셋째, 다른 사람의 판단을 주시하라.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라. 다만 이때 들은 이야기는 상대의 예측을 이해하고 수를 읽는 힌트일 뿐 그것을 따라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넷째, 거래 자체를 주목하라. 거래란 매도자와 매수자가 존재해야 하고 거래가 많다는 것은 곧 어떤 상황이 크게 변할 수 있는 신호임을 기억하라. 

 

134쪽

 부동산 투자의 철학은 주식과 달리 인플레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앞서 나가면 서서히 관심을 떼고, 그 격차가 커지면 매수해서 부동산 가격이 인플레를 따라잡고 능가할 때까지 투자한 다음, 그 시점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다시는 부동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136쪽

 주식시장이 인플레보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 배당금 때문이다. 즉, 주식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인플레 성장률과 흡사하게 증가하지만 사실상 그동안 배당금의 형태로 지급받는 것만큼은 고스란히 과외소득이다. 

 만약 당신이 KT, KT&G, SK텔레콤처럼 금리 이상의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어지간해서는 망할 가능성이 없는 배당주식에 투자해서 10년 후 그 기업이 망하지 않고 주식의 가격이 인플레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면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 돈을 예금에 넣어도 마찬가지 결과로 생각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즉, 당신은 해마다 받은 배당금으로 상당한 추가 수익을 올린 것이며, 만약 배당금을 복리예금에 재투자했다면 연 단위의 추가 복지 수익까지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139쪽

 장기투자는 이익을 낼 확률이 크지만 이때의 전제 조건은 기업이 내가 투자하는 동안 최소한 존속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존속하는 한 확률상 실적의 부침 속에서도 인플레 이상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고, 배당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141쪽

 모든 자산을 장기간 관찰해보면 놀랍게도 적절한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고 공급의 한계국면에 이르면 대체물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수요가 한계에 이르면 공급이 줄어든다. 

 

179쪽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월 100만 원씩 70년 이상을 모아야 10억 원이 가능하다는 명제는 한편으로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금 100만 원의 저축은 인플레를 감안하면 10년 후와 20년 후, 30년 후에는 그 가치가 급속히 하락하기 때문에 현재 월 100만 원이라는 개념도 인플레를 감안한 미래가치로 수정되어야 한다. 

 

182쪽 

 인간의 욕망은 과학과 산업의 발달을 가져왔지만, 결국 성취는 인간을 소외시켰다. 미디어의 발달은 체온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산업의 발달은 근육을 배제한다. 결국 생산물의 잉여는 인간 자체를 잉여 상태에 빠지게 하고 그 결과 인간의 개체도 줄어든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화살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온다. 

 

184쪽

 과도하게 집중된 부는 은퇴를 고민하는 보통 사람들을 위해 적절히 분배되고, 부의 획득에 대한 정당한 질서가 강조되며, 빈부의 사회적 균형이 중시되면 넘치는 부는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확대에 쓰인다. 

 

197쪽

 사실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고생도 하고, 허리띠도 졸라매고, 가끔은 식당에서 구두끈도 맸다 풀었다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천장에 굴비를 매달고 간장으로 밥을 먹기에 앞서 당신의 존재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최소한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 보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당신의 수입에서 비용을 제하면 얼마나 저축할 수 있는 지를 계산해보고, 다음으로는 당신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치를 정하자.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종잣돈이 필요한지를 결정하자. 

 

206쪽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종잣돈 마련을 위해 다음의 은행 상품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ELD(주가지수연동예금)가 있다. 이것은 가장 전통적인 파생상품으로 은행이 고객의 원금을 정기예금에 넣고 그 이자를 주식이나 옵션 등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증권사의 ELS(주가연계증권)가 원금 보장 없이 고수익 고위험을 지향한다면, ELD는 원금이 보장되는 대신 기대수익을 낮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297쪽

 재테크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수단 중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까다롭고 예민한 제도라는 점을 기억하라. 재테크란 좀 과장하여 생각하면 인간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벌어들인 자산을 두고 서로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마지막 전쟁터다. 1차 전선인 노동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에도 실패한 사람이 그것을 다투는 2차 전쟁에서 승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298쪽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라. 당신이 주식투자를 하건, 부동산 투자를 하건 혹시 그 매매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잃은 자신감을, 또 지금 당신이 정말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서 태만한 자신을 자위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이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재테크에 나서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나는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을 위해 재테크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299쪽

 지금 당신이 거래하는 주식에는 증권거래세와 수수료가 붙고, 사고파는 부동산에는 양도세, 취득세가 붙으며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는 재산세가 붙는다. 그리고 중개업자 몫의 수수료가 더해진다. 채권을 투자하면 소득세와 중개 비용이 든다. 물론 보험도 마찬가지다. 

 

338쪽

<주역>의 <계사전>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다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지속된다는 뜻이다. 

 

339쪽

 지금 막혔다는 생각이 든다면 즉시 변화를 모색하되 그 변화의 시점은 반드시 해가 중천에 이를 때가 되어야 한다. 아직 아침도 오지 않은 여명기에 햇살이 더디다고 석양을 준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해가 중천에 떠 있다고 어둠을 준비하지 않으면 그것 역시 무모한 일이다. 

 성공을 꿈꾼다며 철저한 자기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 지금 자신이 막혀 있다고 여겨지면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은 매너리즘이다. 

 요즘 화두가 된 블루오션 역시 막히면 변하라는 이치와 같다. 지금 당신이 막혀 있다면 무엇이 변해야 할지를 생각하라. 단, 당신의 변화는 막힘에 대한 부정이지 도피를 위한 변명이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당신이 막힌 이유가 나태함이라면 성실을, 자만이라면 근면을, 부족함이라면 단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부정이 전제되지 않은 변화는 도피일 따름이다. 

 주변에서 성실히 살았음에도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그것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열심히 산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변화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란 성실과 근면에 버금가는 중요한 덕목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막혔다고 여겨지거든 변화하라. 

 

340쪽 

"살아남으려면 변화하라. 

막히면 막힐수록, 잘나가면 잘나갈수록 더 많이 변화하라.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는 바로 나'라는 생각으로 죽을만큼 정진하라."

 

347쪽

 한 인간의 가능성을 살펴볼 때 필자처럼 여러 가지 잔재주는 많이 보이지만 결국에는 한 가지도 매듭을 잘 짓지 못하는 사람과, 우직하지만 한 가지에 끝까지 매달려 결국 극 이치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은 당연히 후자의 몫이다. 

 

396쪽

 그들은 증권시장이 급락하면 그 이유를 말하고, 지지선과 목표가를 이야기하고,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족집게 부동산 도사는 왜 스스로가 그 땅을 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사라고 하는 것일까? 주식에 도통한 전문가들은 왜 사람들에게 투자유망종목을 추천하면서 스스로는 그것을 사지 않는 것일까? 이미 그들이 충분한 부자이기 때문일까?

 아쉽게도 그곳에 돈의 논리가 숨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가격은 예측 불가능하다. 어떤 종목, 어떤 대상이라도 가격을 예측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가격이란 당시 사람들의 심리의 반영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가격을 예측할 수 있고, 실제도 그것이 항상 들어맞는다면 기본적으로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시장이란 대상물을 사고파는 행위로서 존재한다. 또 대상물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의견차이가 가격이다. 이때 누군가가 상승과 하락의 방향을 모두 맞힌다면 시장은 그 사람이 장악하게 된다. 복리효과를 감안한다면 누군가가 거래에서 연속적으로 100번 이상 방향을 맞힌다면 그 사람은 지구를 살 수도 있다. 시장이나 가격은 예측 불가능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397쪽

 전문가란 이러한 방향성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랜 경험으로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금 시장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바람이 남쪽으로 불면 파란 깃발을, 북쪽으로 불면 빨간 깃발을 든다. 줄곧 북풍이 불다가 지금 남풍이 불면 10분 후에도 남풍이 불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1분 후에 동풍으로 바뀌면 그때는 다시 노란 깃발을 들면 된다. 

 

399쪽

 실제 투자에서 전문가의 생각이 일부라도 유용하다면 그것은 전문가가 현자이거나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상황에 매몰된 사람과 직업상 그것을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 사람의 차이일 뿐이다. 

 

403쪽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

리더가 되기 위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안목을 기르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이 발전하기 위한 가장 큰 바탕은 옳은 판단이고, 옳은 판단은 탁월한 안목을 필요로 한다. 안목은 무엇인가? 그것은 같은 사물을 보아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철학적이다. 

 

406쪽

 하루에 잠은 여덟 시간 이상을 자는 것이 좋다는 망발을 잊어버려라. 지금부터 당신의 삶을 관리하고 자신을 단련할 준비를 시작하다라. <중략>

 그 방식은 무엇이라도 좋다. 지금 당장 맨발로 땅 위를 걷는 운동을 시작해도 좋고, 모차르트 전집을 사서 음률을 다 외울 때까지 음률을 다 외울 때까지, 그것이 소음이 아닌 아름다운 선율로 들리고 오르가즘을 느낄때까지 그것만 들어도 좋고, 황동규의 시집 <풍장>을 사서 소리 내 읽으며 외워도 좋다. 아니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집어 들고 이를 악물고 읽어도 좋다.

 그냥 지금과 달라지면 된다. 내일은 오늘과 달라지고 모레는 내일과 달라지면 된다. 

 

408쪽

 통찰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스스로를 일깨우고 스스로를 개발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바로 통찰이다. 진정 성공하고 싶다면 먼저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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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_ 박노해

2021. 3. 28. 14:3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박 노 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 잎에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각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 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 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 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 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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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여름 _ 유지원

2021. 3. 28. 14:2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첫사랑, 여름 

 

                                         유지원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열아, 밖에서 차 덜컹거리는 소리 안 들려? 하는 네 물음이 열기에 뭉그러져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던 때(아냐, 사실 그거 내 심장 소리야 너를 보면 자꾸 덜컹거려 이제 막 뚜껑을 딴 탄산음료처럼 부글거리고 자꾸 톡톡 터지려고 해)

솔직해지기는 부끄러워 그렇네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던 기억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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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_ 나태주

2021. 3. 27. 14:2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혼자서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의초로울 때가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룸다울 때가 있다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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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우는 사람 _ 박진성

2021. 3. 25. 19:2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새벽에 울면 위험하다.

 

둘러싸고 있는 공기들이 같이 울고 그 울음이 또 자신을 울게 한다. 울음은, 울면서 확산되면서 슬픔을 옅게 해야 하는 것인데 새벽의 울음은 확산이 아니라 응축이다. 울고 있는 그 자신을 다시 울게 한다. 

 

새벽에 울어 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깊은 동굴속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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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_ 엘렌 바스

2021. 3. 24. 22:1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 엘렌 바스,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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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감정 _ 김용태

2021. 1. 24. 19:38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몇 해 전 교회와 갈등이 생겼을 때 나의 감정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고,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분명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감정의 원인을 찾고자 심리상담가를 찾아갔다. 상담가와 여러가지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 감정의 원인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때 깨달은 것은 사람의 감정은 복잡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긍정적인 감정은 그대로 느끼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 특정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스스로 그 감정을 부인하거나 모른 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표출되거나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는 잘못된 방향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감정이든 잘 받아들이고 적극 표현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감정일수록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인정하며 그 감정들을 잘 표출해야 한다. 

 

감정은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51쪽

 

「가짜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하는지 잘 알려준다. 감정의 발생원인과 근원에 대해서도 쉽게 알려준다. 더욱이, 부정적인 감정을 잘 조절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어 우리의 삶이 좀 더 편안해지게 돕는다. 먼저, 감정을 조절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이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난다면 그때 자신의 상태가 어떠인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두번 째 할 일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이때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느낀 감정을 감정을 일으킨 사람에게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173쪽).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대상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 다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단 한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자신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부단히 노력하고 과거의 자신과 싸워야 한다. 그건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책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표현하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158쪽

연민이 많은 사람들은 밝고 명랑한 사람들과는 관계를 잘 못한다. 이런 사람들과 있으면 자신이 못나 보이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왠지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 것 같아 피한다. 

 대신 자신보다 불쌍해 보이는 사람들과는 관계를 잘한다. 불쌍한 사람들은 도와주는 대부 역을 자처한다. 때론 가해자들을 향해 대신 분노를 터뜨려주기도 한다. 이러 관계를 지배적 의족이라고 한다. 

 

179쪽

사람들이 하는 주된 오해 중의 하나가 감정은 꼭 그 감정을 일으킨 상대방에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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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의식의 심리학 _ 야야 헤릅스트

2021. 1. 18. 19:48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고등학교 시절, 원치 않았던 친구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난 후 난 오랜세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았다. 나를 때린 그 친구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학교에 대한 불만에 가득찬 시선으로 세상를 살았다. 그 사건에 대한 피해자를 나로 규정하고 그들을 탓했지만, 결론적으로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삶은 늘 고통스럽고 불만족스러웠다. 이러한 피해의식은 우리의 삶을 갉아먹어 결국 우리를 무너지게 만든다. 

 

 우리는 각자 한 두가지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피해의식을 통해 남을 탓하면서 자기를 변호하거나 정당하다는 것을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피해의식 자체는 우리에게 절대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피해의식의 악순환을 끊고, 피해의식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피해의식의 심리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앞으로 한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책이다. 저자는 1부에서 피해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며, 그렇게 형성된 피해의식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다. 2부에서는 형성된 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우리의 삶에서 피해의식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반응하고, 감정을 표출하느냐에 따라서 누구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히게 되고, 또 어떤 이는 그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될 것은 과거의 경험으로 형성된 특정한 상황으로부터 발생한 피해의식은 비슷한 경험에서 또 다시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다시 확인하여 무의적으로 발현되는 감정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의식을 겪는 우리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피해의식을 극복하는 시작점이다.  

 

고통과 아픔은 흔히 생각하듯 영혼과 정신이 병들었다거나 성격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아니다. 그것은 영혼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싶어한다는 외침이다
166쪽

 

 자신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신에 대한 사랑이 생길뿐 아니라 정서가 풍부해질 수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피해의식을 심겨준 과거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을 발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엄격하고 보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의 기준과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피해의식을 고착화시키는 고정관념을 찾은 다음, 내면에서부터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그 과정은 어느 누구도 해줄 수 없다. 자신에게 존재하는 불행을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 될 점은 목표를 세우고 더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피해의식은 단순하게 없앨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피해의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끊임없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책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 두가지 피해의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문장]

 

23쪽

피해의식은 대개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받았거나 크게 상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긴다. 언제 어떠한 경험을 했느냐는 개인마다 다르다. 그런데 그 시기가 이를수록, 즉 어린 나이의 상처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 크고 오래간다. 그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응력이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4쪽

갓난아이일 때는 가까운 주변 세계와 그 나머지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크게 울거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자기를 둘러싼 온 세계의 사랑을 얻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 시기에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 그 자체'이다. 어머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음으로써 신체적인 접촉을 통한 애정표현에 익숙해지고, 누군가를 양육하고 보호하는 역할도 배운다. 또한 이런 체험을 통해 공간에 대한 감각을 기르고, 평안하고 만족스러운 느낌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주변의 의견에 쉽게 좌우되지 않는 내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30쪽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제대로 채워주려면 먼저 자신의 욕구를 알아야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사랑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자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어도 자녀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줄만한 능력을 갖지 못한 부모들이 많다.

 

31쪽

어른들은 아기들이 원래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렇다는 위험한 생각을 한다. 사실 아이들은 잘 잊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들을 근거로 자기만의 직감적인 세계관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아기들은 세계를 움직이는 법칙과 질서에 대한 나름의 지식을 쌓는다. 

 

41쪽

어떤 경험을 한 후, 그 결과를 나와 동일시하고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힘으로 인정하면 고정관념이 된다. 고정관념은 무의식과 잠재의식에 숨어 있다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영향을 미친다. 

 

42쪽

당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자책하며 날마다 말과 생각을 통해 그것을 확인하면, 누군가 우리에게 사랑을 주려고 해도 불신하고 의심하게 된다. <중략> 어렵지만 우리는 자신을 살아하는 법을 배우고 고정관념들을 바꾸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61쪽

자신을 비하하거나 시기심을 감추려는 헛된 노력보다는 그것을 계기로 자신도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정적인 성격이 자아실현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중략>

내면의 어두운 면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인간의 결정에는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도 함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라. 밝음과 어두움은 인간 안에서 활동하는 두 힘이다. 우리는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62쪽

 무언가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알 수 없는 그 대상을 적으로 간주하고 바로 역공을 가하거나 도망을 친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가 의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그것은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사적인 공간을 지키기 위한 반응이다. 

 

67쪽

 만약 내면의 어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개인적 자아 성취욕구와 집단적 자아 성취욕구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규범에 따른 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71쪽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혹은 다른 자학적 태도 등 파괴적인 행동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자기 징계는 '난 그럴 자격이 없어' 라는 식의 생각이나 '자기 부정'을 통해 나타난다. 이런 행동은 결과적으로 시기심과 파괴적인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감정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다가 유사한 종류의 감정을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나면 활발한 반응을 보인다. 자신이 포기했던 것을 누군가가 요구하는 모습에서 억눌린 감정들이 폭발해 말이나 감정표현, 또는 몸짓을 통해 분노와 시기심이 드러난다. 

 

81쪽

상처받는 일이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번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미 받은 상처는 아무리 뛰어난 심리치료사라도 흔적 없이 치유할 수 없다. 따라서 부정적인 기억을 되돌려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93쪽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런 감정들을 심리적으로 억압해 내면의 어둠 속에 몰아넣고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그런 감정들을 인정함으로써 자신을 비하한다. 

 

113쪽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지크베르트의 무력하고 체념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또한 거의 강제적인 방식으로 자유를 누리려는 모습에서 공격적이고 고집스러운 면을 볼 수 있다. 카탸의 공격성은 상대방에게 시간약속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데서 드러난다. 하지만 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할 때는 무력하고 체념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그들이 외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마음속의 생각에는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들 모두 갈등의 해결은 상대방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고, 자신은 상대방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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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세계관 _ 스티븐 윌킨스, 마크 샌포드

2021. 1. 10. 19:40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세계관은 신념, 곧 마음의 근본적인 방향이다.
것은 실재의 기본적인 구조에 관해
우리가 주장하는 이야기나 일련의 전제로 표현할 수 있고,
또 우리가 살고 행동하며 존재하는 기초를 제공한다"
제임스 사이어



세계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는 관점이다. 신자로서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신자가 일관성 있는 하나의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오염된 세계관을 살아갈 위험성에 처해있다. 우리가 접하는 세상속의 여러가지고 요소나 대중문화로 인해 우리는 다른 세계관을 의도치않게 받아들여서 살아갈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면서 개인주의자처럼 살아갈 수 있는 것(24쪽)'이다.

세계관을 신중하게 검토하기 위해서는 행동이라는 거울에 우리의 확신을 끊임없이 비춰 봐야 한다. 고백하는 신념과 행동하는 신념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살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흔히 올바른 신조를 인용하고 타당한 교리를 인정하며 그럴듯한 말을 하면서도 그 속에 내포된 원칙대로 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25쪽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신중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백하는 신념(곧 지적인 차원으로만 머물러 있는 생각)과 확신하는 신념(곧 우리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신념)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말과 행동을 통합하는 것이 「은밀한 세계관」의 목표이기도 하다.

책에서 선정한 여덟가지의 은밀한 세계관은 개인주의, 소비주의, 국가주의, 도덕적 상대주의, 과학적 자연주의, 뉴에이지, 포스트모던 부족주의, 종교가 된 심리 치료이다. 우리 살아가는 문화에 널리 퍼져있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내용들을 파악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검토해야한다. 이와 더불어 책을 통해 우리가 고백하는 신념과 확신하는 신념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더 나아가 두 신념간의 간극이 메워져서 하나의 신념으로 통합되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좋은 문장]
23쪽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은 대부분 진실이 아니다. 우리가 정직하다면, "충분한 시간이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24쪽
이 책의 중요한 전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믿는 내용이 우리가 믿는다고 말하는 내용이나 믿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개인주의자처럼 살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고쳐야 한다. 아마 세계관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그런 수정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24-25쪽
세계관을 신중하게 검토하기 위해서는 행동이라는 거울에 우리의 확신을 끊임없이 비춰 봐야 한다. 고백하는 신념과 행동하는 신념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흔히 올바른 신조를 인용하고 타당한 교리를 인정하며 그럴듯한 말을 하면서도 그 속에 내포된 원칙대로 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리스도인들만 언행이 불일치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과학적 자연주의자들도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 도덕적 상대주의자들은 보편적 도덕 기준이 정말 존재하는 것처럼 살 수도 있다. 자신이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우리가 믿는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삶을 성찰하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신중하게 살피지 않으면 이것을 불가능하다. 따라서 말과 행동을 통합하는 것은 이 책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28쪽
신앙과 삶을 성공적으로 통합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세 가지를 실천했다. 우선, 그들은 기독교적 삶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멘토와의 관계를 발전시켰다. 둘째, 그들은 기독교적 삶을 사는 데 깊이 헌신된 동료와 정기적으로 만났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대학을 떠난 후 당면하는 유력한 다른 세계관들의 도전에 충분히 맞설 수 있는 기독교 세계관을 발전시켰다.

30쪽
결국 세계관은 온전하고 다차원적인 실제 인간의 삶에 관한 것이다. 또한 어떻게 삶으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얻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모든 세계관은 비록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해도 궁극적으로 구원에 관한 것이다.

2 나는 우주의 중심이다: 개인주의

33쪽
개인주의는 하나님이 각 개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개입하신다는 기독교 진리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매우 극단적으로 받아들여 더 이상 기독교 진리가 되지 못하게 한다.

37쪽
개인주의자들이 자신의 도덕적 행동에 대해 다른 삶이 의문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할 때, 이것은 흔히 개인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간주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주의를 적절히 이해한다면, "내가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내게 도덕적 책임을 부여하는 권위는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개인주의가 옳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도덕적 신념과 기준을 내게 부과하도록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다른 사람은 나의 목적과 가치관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학법칙으로 시를 판단하는 일과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개인주의는 내가 자신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권위의 원천임을 보여 준다.

41쪽
가장 건전한 개인주의는 우리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개인주의는 우리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힘들에 자주 굴복하고, 우리를 보살피고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과 조직들이 그 의무를 종종 이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어떤 변명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의 고유한 목적이 내 삶에 의미를 제공한다면, 나는 궁극적으로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48쪽
사실 우리는 타고난 사회적 존재이며 심지어 개인주의자들의 자기 이미지도 다른 사람의 인식과 가치관에 의해 결정된다. 내 삶의 의미가 나의 성취에 의해 평가된다면-기존 사회제도 안에서의 성공이든, 사회제도와 맞서서 이룬 성공이든 간에-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나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인간의 삶을 초월하는 기준을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49쪽
개인주의는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세계관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도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수십 년 전 신앙수련회 때 나는 이것을 가슴 깊이 느꼈다. 신약학자인 강사가 경건회를 인도하면서 히브리서를 인용했다. 그는 히브리서를 25년 동안 연구한 후에야, 한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이 서신의 모든 명령이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략> 그는 우리 문화에서 흡수한 개인주의적 태도 때문에 교회 공동체에게 주어진 명령을 개인에게 주어졌다고 추정했던 것이다.

50쪽
우리가 세계관에 대해 물어야 할 우선적인 질문은, "누가 하나님이 되려고 하는가"이다. 개인주의는 우주의 중심에 개인을 놓음으로써 우리를 하나님의 위치에 놓으려고 한다.

51쪽
개인주의적 세계관에서 잘못된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내가 우주에서 일차적인 실재라고 주장할 때, 이것은 다른 사람을 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나 나의 중심적 위치를 노리는 경쟁자로 보게 한다. 다른 사람은 다만 효용적 가치만 있거나(그들은 나에게 도움이 될 때에만 가치가 있다), 내 개인적인 사업과 목적의 장애물일 뿐이다. <중략> 따라서 하나님 왕국에 참여하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 내용은, 하나님의 일차적인 목적이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이런 이해 때문에 기독교는 개인주의와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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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_ 허지원

2021. 1. 2. 21:25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코로나19로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홀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지며, 직장에서는 쫓겨나거나 사업이 망하기도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더욱 나빠지면서 사회적 우울감은 더 증가한다. 마음이 무너지거나, 무너진 마음의 병이 악화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지금의 힘든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단.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자기연민과 피해의식에 빠지게 할 경향이 크다. 코로나로 인한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도 우리는 언제나 불안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한발 더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아직 나를 모른다」는 임상심리전문가가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 때문에 스스로를 자꾸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의 측면에서 그 생각들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전하는 이야기다.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당신에게 어떻게 했든, 당신의 부모가 당신에게 어떻게 했든, 그 과거가 현재의 당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당신의 미래는 아니라는 것이다. 충분히 그 과거를 뛰어넘고 또 다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가 아닙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과거가 만들어 놓은 틀에 갇혀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과거의 일이나 그 일로부터 비롯된 감정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당신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조금씩 할 수 있을만큼만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면 그만인 것이다. 

 


[좋은 문장]

20쪽

'자존감'이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어 오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가 1890년대에 처음 심리학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용하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이때 자존감을 '성취 수준을 개인의 목표치로 나눈' 비율 공식으로 정의했습니다. 

 

22쪽

'스스로 자각하는' 본인의 자존감, 자기가치감이 낮을수록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경향성은 분명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자기평가에 기반합니다. 우리는 그저 '그럭저럭 대충'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가 느끼면 됩니다. 

 

23쪽

최근에는 상태 자존감state self-estee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삶의 맥락과 고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자기가치감을 뜻합니다. 또한 이말은 우리 모두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유동적인 자존감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5쪽 각주 

자존감의 문제와 별개로, 어떤 상황에도 자꾸만 겸손을 떠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애narcissism가 굉장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저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은 겸손할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의 겸손은 건방이라고 하셨지요. '내가 이렇게 큰일을 했는데 왜 사람들이 존경르 표하지 않지?' 하는 식의 과도한 자기애와 욕망을 드러내면 이는 너무 위험하니, 이를 정반대로 표현하는 반동 형성이라는 방어기제에서 비롯된 것이 겸손이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겸손을 표해도 될 만큼 뭔가를 정말도 해내고 나서 그때 겸손해지면 됩니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사소한 성취에 대한 사소한 칭찬은 그냥 받아들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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