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이야기 - 왜 무시당하는 것에 민감한가요?

2019. 2. 11. 16:24 삶을 살아내다/상담

[열 번째 이야기 - 왜 무시당하는 것에 민감한가요?]

 

 

 

  독일 여행을 갔다 온 후 며칠간 시차에 적응하지 못했다. 열 번째 상담이 예약된 그날도 밤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 잠깐만 누워있자고 눈을 감은 것이 화근이었다. 눈을 떠보니 시계는 오후 1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정신없이 센터까지 달려갔다. 허겁지겁 상담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지만 정신은 멍한 상태였다. '난 어디에 있는가.....' 상담 1시간 중 벌써 20분을 까먹은 상태였다. 여하튼, 오랜만에 다시 선생님을 만났다. 오랜 시간의 틈을 채우기 위해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난 멍한 상태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독일 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선생님께서 여행으로 화제를 돌리셨다. 굳이 여행 이야기를 해야 되나 싶었으나 여행을 통해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맨 처음 꺼낸 이야기는 독일 공항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독일에서 출국 심사 때 가방에 금속 물품이 감지되어 관세 직원은 나를 줄 옆으로 나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다음 관세 직원이 가방뿐 아니라 내 몸을 검색하기 위해 영어로 무언가를 지시했는데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자 관세 직원은 무례하게 행동하면서 명령조로 영어로 지시했다. 그때 그 관세직원에게 "당신은 무례하다"고 말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은 생각지 못했던 질문을 하셨다.

 

 

"무시에 대해 민감하시나 봐요. 여행 첫 이야기가 '무시'에 대한 거니까요.

지난번에도 무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거든요.

무시를 당하신 경험이 많으신가 봐요?"

 


  선생님의 질문에 지난 세월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일반 상식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 부모님은 그것도 모르느냐며 핀잔을 주신 적많았다. 부모님은 핀잔을 주었으나 질문에 대한 자세한 답변은 해주지 않으셨다. 맞고 틀림에 대한 지적만 받았을 뿐 왜 그런지에 대한 이해 과정이 없는 성장 과정은 나의 상황을 잘 설명하지 않는 것과 맞닿아 있는듯했다. 아무튼, 가정과 학교에서 받은 무시에 대한 아픈 기억들이 있기에 내가 '무시'라는 주제에 민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일상적인 무시 외에 다른 특별한 경험을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독일 여행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독일은 보수적이고 원칙을 중시하는 나라인 것 같다면서 몇 가지 예를 말씀드렸다. 미술관에서 아이들이 떠들면 바로 가서 제재하는 것, 건널목 빨간 불일 때 사람들이 알아서 신호를 지키는 것 등등. 그리고 유럽 사람들 성향상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으며, 첫 유럽 여행지였던 독일은 내게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말씀드렸다. 테이블 중간에 놓인 시계는 우리의 상담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상담은 여기까지 하자고 말씀하셨다.

 

  대화하면서 이제 상담 자체를 끝내도 되겠다는 스스로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 상담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고 나도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이 끝났다고 해서 감정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상담이 끝나도 내 안의 나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감정의 문제를 지속해서 해결해야 한다. 내게 주어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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