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야기 - 권위에 대한 반감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2019. 2. 11. 12:56 삶을 살아내다/상담

[아홉 번째 이야기  - 권위에 대한 반감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선생님을 만난 지 3달이 지났다. 매주 만난 것은 아니지만 만날 때마다 밀도 높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이해 기반을 마련하였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었다. 상담의 목적이 감정의 해결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문제를 끝맺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왜 그런지 알았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선생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권위에 대한 반감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선생님의 대답을 요약하면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상황인지, 해결방안 요구 및 강구, 부정적 이미지 대체. 첫째, 내가 처한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 권위를 가진 사람과 감정이 쉽게 민감해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거나 권위자가 나쁜 어른의 모습으로 행동할 때 나의 감정상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면 '권위자가 나한테 부당한 지시를 내려서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저 주제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감정이 불편하구나' 등과 같이 나의 감정상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해결책을 요구하거나 마련해야 한다. 만약 강압적 지시를 내리는 권위자의 모습에 화가 났다면, 그 지시에 대한 설명과정을 요구해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음으로써 "지시"에 대한 이해를 해야하는 것이다. 셋째, 권위자(어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권위에 대한 반감은 어릴 적 가부장적인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정서 발달에 영향을 끼친 부정적인 경험이나 충격은 원시적 뇌에 저장되기 때문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흐려질 뿐이다. 따라서 권위자(또는 어른)을 만나거나 대할 때 상대방이 내가 생각하는 나쁜 어른과 다르다는 것을 매번 확인시켜줘야 한다. 즉, 부정적으로 인식된 어른에 대한 정서 기억을 어른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으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수많은 경험의 축적을 통해 기억을 바꿀 수 있기때문에 단시간 내에 권위에 대한 반감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제 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세 가지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생님은 자아는 크게 세 가지로 도덕적 자아(ego), 본능적 자아(Id), 중재적 자아(Super ego)로 나뉜다고 말씀하셨다. 도덕적 자아는 신념과 가치관에 따른 의지적인 것이며, 본능적 자아는 욕구 그대로 반응하려는 것이고, 중재적 자아는 도덕적 자아와 본능적 자아 사이에서 중재하는 실재적 존재, 즉 행동하는 나를 가리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도덕적 자아가 상대적으로 발달했다. 20대 중반에 신앙을 가지는 과정에서 하나님에 대한 보상(트라우마 치유)으로 성경에서 말하는 가치관을 따라 살기로 작정했다. 왜냐면 신앙을 갖기 이전에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지 못했는데, 하나님의 뜻대로 살면 존재론적으로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삶을 움직이는 강력한 원동력은 종교적 가치관과 신념이었다. 인간 본연의 욕구는 억누른 채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행동의 당위만을 따지며 살아왔다. 근본적인 욕구를 비롯한 다양한 욕구들을 억눌렀다. 내 안에 거대한 도덕적 자아 아래 움츠 본능적 자아를 가진 괴물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중재적 자아, 즉 행동하는 존재로서 도덕적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덜 듣고 본능적 자아에 대한 요구에 귀 기울이면서 본능적 자아와 도덕적 자아 사이의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 또한 단시간 내에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뒤틀린 감정을  내버려두었다.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하찮게 여기거나 무시했다. 외면한 감정들은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차곡차곡 쌓였다. 이제 스스로 그 감정들을 어루만져야 한다. 그게 곧 내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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