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일기 2-파티마 성지에서 _ 마종기

2016. 8. 23. 19:0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blog.naver.net/limestreet11>



포르투갈 일기 2

- 파티마 성지에서 


                                 마종기 



기적이 보고 싶어 

찾아간 것은 아니다.

희고 밝은 호흡의 감촉이 

내게는 벌써 기적들이었다.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광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뜨겁고 두려웠던 모든 열정이 

긴 사연을 간곡히 말하기에

내가 켠 촛불은 보이지도 않았다. 

고개 숙인 내 부끄러움의 비명, 

당신밖에 들은 사람은 없다. 



젊어서는 아무나 좋아했고

나이 좀 들어 조국을 떠난 뒤부터는

왠지 하나씩 자꾸 잃기만 했다. 

주위가 추워지고 창백해지면서 

나는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당신이 보고 싶어 여기 왔다가 간다. 

의지와 표상의 세상은 벌써 가뭄에 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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