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 그리고 남은 자.

2015. 3. 2. 21:38 삶을 살아내다



떠나는 자, 그리고 남은 자.



서로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봤다. 그들이 떠나갈 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님을 스스로 다짐하며, 그들의 허전함과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아픔은 너무나 뚜렷하게 개별적이라, 어설픈 위로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또 봅시다, 그들에게 마지막 던진 말, 빈말은 아니었으니, 꼭 다시 보리라. 그리고 담담했다. 난, 다시 무리로 돌아가서, 떠나버린 그들을 잊어버렸으며, 환하게 웃었다.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무리들과 어울리다 그 자리를 떠날 때 공허했다.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짓누르는 것도 있었지만,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게, 무엇도 말하고 싶지 않도록 했다. 감정의 출처를 찾아, 마음의 길들을 따라갔다. 그 감정들은 떠나버린 자들을 잊고 있었던, 까맣게 잊고 무리 속에서 환히 웃고 떠들었던 나와 동시에 두 명을 잃은 아픔의 간극 속에서 혼란스러운 또 다른 나에서 온 정신적 균열이었다. 아픈이들과 약자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건만, 그들을 지켜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노여움이랄까. 저녁내내 입을 굳게 닫아버렸다. 떠나는 자들을 바라보면서, 아파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남은 자들도 생각해야지. 그렇다고 또 즐겁게 웃을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알 수 없는 질문들만, 맴맴.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미워졌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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