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의 심리학 _ 야야 헤릅스트

2021. 1. 18. 19:48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고등학교 시절, 원치 않았던 친구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난 후 난 오랜세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았다. 나를 때린 그 친구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학교에 대한 불만에 가득찬 시선으로 세상를 살았다. 그 사건에 대한 피해자를 나로 규정하고 그들을 탓했지만, 결론적으로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삶은 늘 고통스럽고 불만족스러웠다. 이러한 피해의식은 우리의 삶을 갉아먹어 결국 우리를 무너지게 만든다. 

 

 우리는 각자 한 두가지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피해의식을 통해 남을 탓하면서 자기를 변호하거나 정당하다는 것을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피해의식 자체는 우리에게 절대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피해의식의 악순환을 끊고, 피해의식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피해의식의 심리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앞으로 한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책이다. 저자는 1부에서 피해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며, 그렇게 형성된 피해의식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다. 2부에서는 형성된 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우리의 삶에서 피해의식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반응하고, 감정을 표출하느냐에 따라서 누구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히게 되고, 또 어떤 이는 그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될 것은 과거의 경험으로 형성된 특정한 상황으로부터 발생한 피해의식은 비슷한 경험에서 또 다시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다시 확인하여 무의적으로 발현되는 감정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의식을 겪는 우리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피해의식을 극복하는 시작점이다.  

 

고통과 아픔은 흔히 생각하듯 영혼과 정신이 병들었다거나 성격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아니다. 그것은 영혼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싶어한다는 외침이다
166쪽

 

 자신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신에 대한 사랑이 생길뿐 아니라 정서가 풍부해질 수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피해의식을 심겨준 과거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을 발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엄격하고 보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의 기준과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피해의식을 고착화시키는 고정관념을 찾은 다음, 내면에서부터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그 과정은 어느 누구도 해줄 수 없다. 자신에게 존재하는 불행을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 될 점은 목표를 세우고 더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피해의식은 단순하게 없앨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피해의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끊임없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책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 두가지 피해의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문장]

 

23쪽

피해의식은 대개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받았거나 크게 상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긴다. 언제 어떠한 경험을 했느냐는 개인마다 다르다. 그런데 그 시기가 이를수록, 즉 어린 나이의 상처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 크고 오래간다. 그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응력이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4쪽

갓난아이일 때는 가까운 주변 세계와 그 나머지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크게 울거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자기를 둘러싼 온 세계의 사랑을 얻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 시기에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 그 자체'이다. 어머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음으로써 신체적인 접촉을 통한 애정표현에 익숙해지고, 누군가를 양육하고 보호하는 역할도 배운다. 또한 이런 체험을 통해 공간에 대한 감각을 기르고, 평안하고 만족스러운 느낌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주변의 의견에 쉽게 좌우되지 않는 내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30쪽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제대로 채워주려면 먼저 자신의 욕구를 알아야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사랑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자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어도 자녀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줄만한 능력을 갖지 못한 부모들이 많다.

 

31쪽

어른들은 아기들이 원래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렇다는 위험한 생각을 한다. 사실 아이들은 잘 잊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들을 근거로 자기만의 직감적인 세계관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아기들은 세계를 움직이는 법칙과 질서에 대한 나름의 지식을 쌓는다. 

 

41쪽

어떤 경험을 한 후, 그 결과를 나와 동일시하고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힘으로 인정하면 고정관념이 된다. 고정관념은 무의식과 잠재의식에 숨어 있다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영향을 미친다. 

 

42쪽

당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자책하며 날마다 말과 생각을 통해 그것을 확인하면, 누군가 우리에게 사랑을 주려고 해도 불신하고 의심하게 된다. <중략> 어렵지만 우리는 자신을 살아하는 법을 배우고 고정관념들을 바꾸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61쪽

자신을 비하하거나 시기심을 감추려는 헛된 노력보다는 그것을 계기로 자신도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정적인 성격이 자아실현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중략>

내면의 어두운 면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인간의 결정에는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도 함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라. 밝음과 어두움은 인간 안에서 활동하는 두 힘이다. 우리는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62쪽

 무언가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알 수 없는 그 대상을 적으로 간주하고 바로 역공을 가하거나 도망을 친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가 의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그것은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사적인 공간을 지키기 위한 반응이다. 

 

67쪽

 만약 내면의 어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개인적 자아 성취욕구와 집단적 자아 성취욕구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규범에 따른 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71쪽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혹은 다른 자학적 태도 등 파괴적인 행동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자기 징계는 '난 그럴 자격이 없어' 라는 식의 생각이나 '자기 부정'을 통해 나타난다. 이런 행동은 결과적으로 시기심과 파괴적인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감정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다가 유사한 종류의 감정을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나면 활발한 반응을 보인다. 자신이 포기했던 것을 누군가가 요구하는 모습에서 억눌린 감정들이 폭발해 말이나 감정표현, 또는 몸짓을 통해 분노와 시기심이 드러난다. 

 

81쪽

상처받는 일이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번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미 받은 상처는 아무리 뛰어난 심리치료사라도 흔적 없이 치유할 수 없다. 따라서 부정적인 기억을 되돌려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93쪽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런 감정들을 심리적으로 억압해 내면의 어둠 속에 몰아넣고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그런 감정들을 인정함으로써 자신을 비하한다. 

 

113쪽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지크베르트의 무력하고 체념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또한 거의 강제적인 방식으로 자유를 누리려는 모습에서 공격적이고 고집스러운 면을 볼 수 있다. 카탸의 공격성은 상대방에게 시간약속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데서 드러난다. 하지만 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할 때는 무력하고 체념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그들이 외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마음속의 생각에는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들 모두 갈등의 해결은 상대방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고, 자신은 상대방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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