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프지 않으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2018. 9. 10. 13:35 신앙/교회

 

 

 

 

 

 

늦은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뒤척였다. 머리가 아프고 또 아팠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더이상 아프고 싶지 않다'고 되뇌였다. 교회를 떠나느냐 남느냐를 결정하는 일이 고된 일이겠지만 혼자 끙끙 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긴 마찬가지였다.

 

아프지 않으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끝을 보고 싶었다. 극단의 선택만 존재할 뿐 애당초 중도는 없었다. 처음엔 쉽게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삼주면 끝날 줄 알았던 대화가 두 달간 지속되었다. 대화는  선 언어로 가득 채워졌다. 어느 단어 하나 쉽게 내뱉을 수 없었다. 나의 언어가 되레 내 목줄을 조일 수도 있다. 단어의 정의와 맥락적 이해의 반복,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대화가 끝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지친 몸으로 방에 기대어 헛구역질만 내뱉다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지랄같은 흙탕물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대화의 끝을 알 수 없었고 대화는 이미 내 영역을 벗어났다.

 

결국 사달이 났다. 감정이 뒤틀린 채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번복하긴 싫었다. 완강한 고집이었다. '마지막'이란 단어를 가슴 깊이 새겼다. 마음은 이미 멀어졌으니 미련따윈 없었다. 떠나려고 했던 그 날, 예상치 못했던 한가지 변수가 있었다. 설교 말씀이었다. 큰 결정을 내릴 때 매번 날 돌이키게 했던 것이 말씀이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말씀 앞에 나의 행동과 언어와 생각을 비추어봤을때 어느 것 하나 떳떳할 수  없었다. 막다른 길이었다. 다시 돌이킬 수밖에...

 

돌아섰지만 돌아서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돌아서겠다고 말했지만 돌아설 수 없었다. 경험에 근거한 완고한 생각이 좀처럼 부서지지 않았다. 땅을 딛고 있다는 경험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만, 믿음의 영역에서 경험에 의존할 수만 없다는 것도 분명한 일이었다. 벌어진 생각의 틈에서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생각이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돌아서겠다고 말한 이전과 다를바 없었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지금의 싸움은 나와의 싸움이었다. 다른 국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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