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일터신학 _ 폴 스티븐스

2023. 3. 1. 21:54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21쪽

 비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일은 그에 따른 결과, 즉 봉급, 지위 혹은 선교의 기회를 얻기 위해 하는 일이다. 이에 비해 본질적 가치를 지닌 일은 그 자체로 선한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위 세속적인 일은 비본질적 가치밖에 없고, '사역'과 '사람을 돕는 일'은 비본질적 가치와 본질적 가치 모두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22쪽

 하나님의 목적은 사람이 천사가 되는 것이거나 종교적이 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사람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인간 공동체와 신앙 공동체를 세우고 열방을 축복하는 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28쪽

 나는 부끄럼 없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주제에 접근할 터인데, 이 책이 사업을 더 깊고 성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이 제공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일터에서의 활동에 대한 신학적 틀

 - 기업 문화와 문화 계발에 대한 이해 

 - 신앙이 일터에서의 업무 및 사역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일에 영구적이며 만족스러운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설명 

 - 영성이 지친 일꾼을 대상으로 한 동기 유발의 수단에 불과하지 않고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의 근원임을 보여 주는 것 

 - 까다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데 필요한 동기 중심적 관점

 - 아주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성찰하며 사는 길

 

30쪽 

 개신교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당신은 당신이 가진 업무와 도구의 수만큼 많은 선생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요즈음에는 그 도구가 목판과 술통에 국한되지 않고 컴퓨터, 정산표, 직원회의, 중역실까지 포함한다. 

 

53쪽

 "'부르심'이란 주제 아래서 바울은 그들의 '영성'을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하려 한다. 그들은 자기 부름 받았을 때 사회적 위치가 무엇이든 거기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그리스도 안에 있으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은 그러한 사회적 위치를 아주 상관없이 만들 만큼 그 위치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나 저란 상태 모두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

 

61쪽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의 주님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것의 주님이 되신다. 절대적으로 또 아무 조건도 없이. [그러므로] 세상의 일터에 몸담은 교회의 모든 성도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분의 주 되심을 가리키는 표지가 되도록 부름 받은 자들이다.                       

-레슬리 뉴비긴, 「아직 끝나지 않은 길」-

 

69쪽

 칼뱅과 루터는 모든 사람이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 모든 신분이 신의 재가를 받고 있다는 것, 누구든 자기 소명을 가볍게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에 서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소명의 목적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루터는 하나님이 사랑으로 섬기는 삶을 살라고 소명을 주신다고 한 반면에, 칼뱅은 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고 적절한 질서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72쪽

 소명이란 것이 자기가 택한 직업, 곧 제자로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전반적 헌신 없이 그저 자기가 수행하는 직업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베버가 지적한 것처럼, 개신교 신학의 일부 측면, 특히 후기 칼뱅주의가 부지중에 소명의 세속화에 기여했던 것이다. 리처드 히긴슨은 세속화 단계들을 이렇게 요약한다. 

 -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자기 노력으로 구원의 확신에 도달하려는 유혹이 몰려왔다. 

 -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극단적 성향을 보이게 되었다. 게으름을 두려워하는 것이 강박관념이 되고 말았다. 

 - 남을 위해 일한다는 동기가 서서히 강력한 자기중심적 이데올로기로 대치되었다. 

 - 청지기 직분이란 개념은 강하게 남아 있었으나, 그것이 철저하게 이행되지 않을 때는 이기심을 가리는 가면이 되었다. 

 - 종교적 신앙과 관행이 점차 약화되면서 더 이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지 않게 되었다. 소명은 일이나 직업의 개념으로 대치되었다. 

 - '소명'(vocation)이란 단어가 살아남은 경우에도 그 적용범위가 갈수록 좁아졌다. 옛날 중세식의 구별이 다시 등장하게 되었고, 사업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219쪽

 개신교 노동 윤리는 여러 면에서 여가를 반대하는(anti-leisure) 태도를 가졌다고 비난받아 왔다. 이른바 노동만이 선하다는 칼뱅주의적 정서 때문이다. <중략>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개신교 노동 윤리는 다음과 같은 신념들을 포함한다. 게으름은 죄된 것, 근면함을 종교적 이상(ideal), 낭비는 악한 것, 검소는 미덕, 여가는 일로 획득하는 것이자 일에 대한 준비, 안일함과 실패는 금지된 것, 야망과 성공은 하나님의 총애의 확실한 징표, 부는 하나님의 총애의 특별한 징표 등. 

 이 가운데 일부는 개신교 종교개혁에서 직접 나온 것들이다. 행정관과 같았던 종교개혁자들-루터와 칼뱅-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용납되었음을 알게 되는 방식을 '개혁'했을 뿐 아니라, 특히 세상과 노동에 대한 태도까지 개혁했다. 루터주의는 일꾼들에게 자신의 경제활동을 하나의 소명으로 생각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막스 베버에 따르면, 세상에서의 소명 혹은 신분에 대한 루터교의 신념에는 그것을 열심히 섭렵하고 합리화하고 혁신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베버의 견해처럼, 신자가 기업가 정신을 갖도록 그 열정을 끌어 올리려면 무언가다른 것이 필요했다. 

 "세상의 현실을 실험을 장으로 바꾸고, 개인을 그 장에서 역동적인 계획을 세우며 끊임없이 일하는 '온통 긴장된 존재'로 변모시키는 종교적 비전만이, 유일하게 그런 감화력을 제공했다고 말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베버에 따르면, 칼뱅주의가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마이클 노박은 막스 베버가 지성사에서 불멸의 자리를 획득한 이유가 적어도 두 가지 있다고 말한다. 

 첫째, "그는 경제사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으며... 경제의 도덕적, 종교적 차원을 어렴풋이 알아챘다. 둘째, 마르크스주의가 설명 이론으로서 또 낙원의 비전을 제시하는 면에서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대에 앞서 암시했다. 그 철저한 유물론은 인간의 정신을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베버의 논제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부흥하려면 격렬한 활동과 구원의 명령이 모두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정신의 발흥은 칼뱅주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수도문의 문이 닫혀 하나님 앞에서 자기 공로를 입증할 수 있는 길이 막히자 열렬한 신자는 세상에서 소명으로 받은 일을 격렬하게 수행해 스스로를 입증하라는 명을 받았다. 후자와 관련하여 칼뱅주의는 자기부인과 자기희생, 곧 자본을 축적하는 데 필수적인 이른바 욕구 충족의 연기(延期)를 가르쳤다. 베버에 따르면, 이에 필요한 신학적 토대는 하나님의 초월성과 예정론이라는 칼뱅주의의 쌍둥이 교리가 제공해 주었다. 이 교리들은 신자에게 세상에서 하나님의 도구로 활동하고 그 과정에서 선택받은 자라는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첫째 교리는 "긴장을 끌어올리고", 둘째 교리는 "신자에게 세상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게" 만든다. 

  자기의 소명을 꼭 붙들라는 사도들의 권면이, 힘겨운 일상생활 가운데··· '자신의 선택과 칭의에 대한 확신에 도달하라'는 일종의 의무로 해석되었다.···그와 같은 자기 확신에 이르기 위해 격렬한 세상 활동이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추천되었다. 오직 그것만이 신앙적 회의를 없애 주고 은혜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준다.

 포기는 "그래서 칼뱅주의 신자의 모든 윤리적 달걀들은 자기 소명이란 바구니에 담겨졌다"라고 주장한다. 한편 베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명 안에서 노동의 열매로 부를 성취하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의 징표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세상적 소명 안에서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체계적으로 일하는 것을, 가장 고도의 금욕주의의 수단으로 여기는 동시에 중생과 참 신앙의 가장 확실한 증거로 여기는 종교적인 가치 부여는, 여기서 자본주의 정신이라 부르는 삶의 태도를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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